국비 딴 도심재생사업, 구청 늑장에 무산 위기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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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9 07:07  |  수정 2019-08-19 07:09  |  발행일 2019-08-19 제2면
캠프워커 인접지역 대구 대명5동
선정 2년, CCTV·등만 설치 완료
“3차순환로 구상에 밀려 부진” 주장
남구청 “민간 개입 탓 지연 불가피
내일 국토부와 협의해 방향 결정”
20190819
대구 남구 대명 5동 대덕북길. 국토부 공모사업인 ‘새뜰마을사업’의 시행이 늦춰지면서 노후 건물과 도로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지난 16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남구 대명동 캠프워커 부근. 첫눈에 들어 온 허물어질 듯 이어진 담벼락이 이곳이 사실상 폐허임을 웅변하고 있었다. 골목 곳곳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고, 한 주택 철제문은 넝쿨에 둘러싸여 있었다. 한 쪽에 세워진 소화전은 언제 사용했는지 모를 정도로 녹슬어 있었다. 30여분간 오가는 행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주민은 “떠들썩하게 뭔가 할 것처럼 하더니 변한 게 없다. 우리 마을도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거라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했다.

답보를 거듭해 온 대구 남구 ‘새뜰마을사업’(도심재생사업)이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남구청이 추진 중인 새뜰마을사업 대상지는 대명5동 일대. 미군부대인 캠프워커와 인접해 있어 오랜 세월 개발이 제한됐다. 때문에 주민들은 헬기 소음·환경 오염 피해까지 감내해 왔다. 더욱이 주민 대다수가 70대 이상 고령이다. 건축물 117채 가운데 76채(69.1%)가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이고 31채(26%)가 빈집이다. 대구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꼽히는 마을이다. 그러던 이 마을이 2017년 3월 국토교통부의 ‘주거취약지역 재생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희망이 싹텄다. 열악한 주거 환경이 개선돼 주민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구청은 지난해 5월 관련 사업 착수보고회에서 2020년까지 사업을 끝내겠다고 했다. 계획대로 국비(20억여원)가 투입되면 마을돌봄센터가 들어서고 소골목과 도로·하수도가 정비된다. 아울러 폐·공가 및 노후주택이 새롭게 단장되고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그러나 선정 이후 만 2년이 지난 이달 현재, 마무리된 사업은 CCTV·보안등 설치가 전부다. 사업 전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오랜 답보상태인 이 사업이 무산되는 쪽으로 무게 추가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현 남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업의 경우 캠프워커 반환 문제로 고통을 겪은 마을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주려는 목적도 있지만, 최근 헬기장 반환이 급물살을 타면서 구청이 3차순환로 개통을 구상하고 있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도시재생사업 중에서도 주민 참여도와 자유도가 높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사업이어서 무산이 될 경우 아쉬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은 민간 사업자의 개입으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가 사업지역 토지·건물을 매입해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재생사업을 미룬 것”이라며 “20일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통해 해당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편, 사업이 무산될 경우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받은 관련 예산은 전액 반납해야 한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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