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집단의식의 위험성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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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6   |  발행일 2019-08-16 제23면   |  수정 2019-08-16

“난 해병대 출신이야” 또는 “특정 학교 출신이야”라고 할 때 그들만이 갖고 있는 의식을 집단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집단의식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다. 그 속엔 역사성과 정체성이 깃들어 있다. 인간은 어떤 집단과 그 의식을 공유할 때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는다. 반면 집단에 대한 귀속의식에서 이탈하면 상당한 소외감을 느낀다. 집단의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집단의 의식이 비이성적으로 확장될 때다. 주로 수직적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이런 수직적 문화에 기인한 집단의식이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저자인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는 일본인의 집단의식과 그 집단에 동조하는 귀속의식은 일본 특유의 수직적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일본에서 집단의 핵심은 바로 일왕이고, 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다. 과거엔 영주에게 귀속되지 않으면 살 길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들이 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대부분 동조하는 습성도 이런 집단적 귀속의식 때문이다. 집단에 귀속될 때 따돌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역사적으로 어떤 목적을 갖고 국민을 결집시킬 때 특유의 집단의식을 악용해 공통의 적을 만들어냈고, 그 역동성을 항상 이웃나라에서 찾았다.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키고, 메이지시대 일본이 청·러와 전쟁을 벌이고 우리나라를 강제 합병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베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도 국내적으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헌법 개정이라는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다.

이 집단의식이 극에 달하면 집단 구심점 속에 자기 자신을 맡기고 개인의 이성이나 비판 정신도 내팽개쳐 버린다. 지금 일본의 지한파 지성인들조차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고 있고, 일본인들의 반한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이런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단의식이 피해의식과 결합되면 무고한 대상을 공격하게 된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집단의식이 지금 일본을 과거로 돌려놓고 있다. 역사의 퇴행은 불행을 안겨줄 뿐이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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