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사권 조정, 입법으로 완성해야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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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5   |  발행일 2019-08-15 제25면   |  수정 2020-09-08
20190815
안시형 (대구남부경찰서 현장활력회의 대표)

지난 4월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었으나 여야 이견으로 합의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시한이 8월말로 연장됐다. 경·검 수사권 조정안의 주요 쟁점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적 수사 종결권 부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하향 △검사 직접수사 제한 등이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경찰의 수사권과 검찰의 기소권의 진정한 분리가 아닌 수사·기소의 분리를 위한 과도기적 법안으로 검찰의 절대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측면에서는 미흡하다.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 원리가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인 것처럼 형사사법제도에서도 마찬가지로 경찰의 수사, 검찰의 기소, 법원의 재판으로 3권 분립이 이뤄져야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고 국민의 편익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은 본연의 기능인 기소권뿐만 아니라 직접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독점적 영장청구권,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우월적 증거능력, 형 집행권 등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수사단계와 기소단계의 권한을 분산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 및 기소 전반의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특히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직접 수사도 하고 있다. 이 같은 검사 지배적 수사구조는 100여년 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을 정점으로 검사에 권한을 집중하여 식민통제를 용이하게 하려는 조선형사령에서 출발한 수사구조로 그동안 적지 않은 폐단을 낳았다.

이처럼 비대화된 검찰권 문제 해결을 위한 ‘수사권조정’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검찰권 독점의 문제에 대해 국민도 그 심각성을 공감하면서 83% 이상의 국민이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남용될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되지만 보완수사요구권, 기록등본 요구권, 시정조치 요구권, 송치 요구권 등으로 전환되고 사법경찰관에 대한 직무배제·징계요구권이 신설되는 등 오히려 더 다양하고 촘촘한 통제장치들을 충분히 마련하여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충실히 구현하게 된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조정되면 첫째, 경찰 수사의 책임성이 높아져 경찰이 수사 개시·진행부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부담하여 국민에 대한 책임성이 증대된다. 또 불기소가 명백한 사건을 경찰단계에서 조기 종결하고 경찰이 수사한 것과 똑같은 내용을 검사가 조서로 재작성하는 이중조사도 사라져 국민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

둘째, 검사는 기소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검사는 경찰수사를 사후 통제하여 기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경찰 수사가 기소권자인 검사에 의해 좌우되던 구조가 바뀌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나 사건 가로채기 등 폐해가 사라지고 성역없는 수사가 실현된다.

셋째,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인권이 더욱 충실히 보장된다. 경·검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하면서 각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여 국민의 인권과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한다.

수사권 조정안은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정부합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논의를 바탕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만큼 이제는 입법으로 선진수사구조를 완성하여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특권과 반칙 없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안시형 (대구남부경찰서 현장활력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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