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이겨낸 농부, 유튜버로 새삶 “자랑스러운 아빠 되려 노력”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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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4   |  발행일 2019-08-14 제14면   |  수정 2019-08-14
‘달콤한 농장’운영 청도 박광묵씨
농촌생활 전달하는 유튜브 진행
“방송이 생활하는 데 보탬도 되지만
아이들에게 내 일 보여줘 더 보람”
위암 이겨낸 농부, 유튜버로 새삶  “자랑스러운 아빠 되려 노력”
청도 ‘달콤한 농장’을 운영하는 박광묵·조아라씨 부부가 수확한 복숭아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달콤한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 박광묵씨(36·청도 매전면 관하리)는 1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다. 박씨는 ‘복숭아 가지 치는 방법’ ‘고추 세척하는 방법’ 등 농사와 농촌생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박씨는 삼남매 중 맏아들로 할머니 손에 자랐다. 그는 전문대학 졸업 후 객지 생활을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할머니 곁에서 농사를 짓기로 하고 10여년 전 시골 생활을 택했다. 박씨는 할머니가 전수한 감 농사로는 살아가기가 힘들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감 농사는 가을 한철 수확하는 시기가 가장 바쁘고 겨울에는 감말랭이 일을 하고 있다. 비수기에는 공사판 일용직, 단순직 회사 일을 하기도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듬해 두 살 아래 조아라씨와 결혼했다. 조씨는 “철이 없던 나이에 농사지어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에도 순순히 따라 힘을 모아 농사를 짓게 되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결혼 후 아들 삼 형제를 낳아 키우던 박씨는 5년 전 몸이 나빠져 병원을 찾았다. 콩팥은 망가졌고, 위암 판정까지 받고 위 절제 수술을 했다. 그 후 이틀에 한 번 경산의 한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하고 있다. 혈액 투석을 하면 심한 일은 피해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 그리고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무더운 날에도 경운기를 몰고 밭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은 감 외에도 자두와 복숭아, 고추 농사를 지어서 살림에 보태고 있다.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블로그를 통해 직거래를 시도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자 고민 끝에 1인 방송을 시작했다.

1인 방송으로 생활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은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없더라도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더 좋았다. 스스로 가장의 책임을 다하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박씨는 “맨땅에 헤딩하듯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 치는 시기를 놓칠세라 노심초사하면서 몇 년간 농사짓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며 말했다. 또 그는 “비가 와도 걱정, 가물어도 걱정하면서 10여년 농사를 지었다”며 “이제는 농사일도 익숙해졌다. 작물을 자식처럼 사랑으로 가꾼다”고 했다.

1인 방송 3년차. 1인 방송으로 수입까지 생기자, 아들들이 아빠의 1인 방송을 자랑하고 있단다. 박씨는 아들들의 장래 희망을 보면서 아들들의 꿈을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큰아들 시완(10)은 축구, 수영 선수가 꿈이다. 둘째 시준(7)은 춤도 잘 추고 끼가 있어서 연예인이 되겠다고 한다. 막내 시후(6)는 아빠가 하는 일이 멋져 보였는지 아빠처럼 농사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씨는 세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오늘도 1인 방송과 농사일에 땀을 흘리고 있다. 지극정성을 들인 ‘달콤한 농장’의 자두, 복숭아 맛은 당도가 높아 꿀처럼 달콤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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