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文,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으려면…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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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5   |  발행일 2019-08-05 제30면   |  수정 2019-08-05
객관적 전력 떨어지겠지만
하나로 힘모으면 이기는데
현실은 되레 국민 갈라치기
열성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위기시 국정운영 한계직면
[송국건정치칼럼] 文,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으려면…

아베의 ‘경제단교’ 선언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전쟁’ 선포로 맞받았다.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고,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으며,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정부와 재계는 즉각 전면전 태세에 돌입했고, 일본은 추가보복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불가피하다면 물러서지 않고 맞서서 이겨야 하는 게 맞다. 화력과 물자가 달리지만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면 할 수 있다. 집권층에서 죽창가를 부르며 의병, 동학혁명, 국채보상운동, 금모으기를 꺼내는 건 그런 결기를 다지자는 뜻이다. 위정자가 무능해서 백성들이 고생한 일들을 사례로 든 건 오류가 있지만 뭘 말하려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집권층은 말로는 하나로 뭉치자고 하면서 실제론 국민 갈라치기를 한다. 보수정권을 겨냥한 이른바 ‘적폐청산’을 다시 꺼낼 것도 없다. 지금 한일 경제전쟁의 신호탄이 된 일본의 무역보복에도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을 상대로 ‘친일’ ‘반일’ 프레임을 걸며 편을 가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 판국에 아베를 편들면 도쿄로 이사 가라”고 했는데, 정확히는 아베 편드는 게 아니라 정권의 강경 드라이브에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은 한국에 살지 말라는 얘기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청와대 있을 때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친일파 색출’에 권한을 가진 것처럼 행세하더니 이직휴가 중에도 그대로 이어간다. 조국이 예정대로 법무부 장관이 되면 한일 경제전쟁 도화선인 대법원의 일제 징용배상 판결을 국민 편가르기에 어떻게 활용할지 충분히 짐작된다.

국민들, 특히 보수층이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적극적인 참전을 꺼리는 건 전쟁발발의 순수성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양정철 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정책연구원은 대외비 문건인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를 소속 국회의원 128명 전원에게 보냈다. 보고서는 ‘한일 갈등과 관련, 일본에 대해 단호하게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추어 볼 때 총선 영향은 (민주당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칫 국민들을 위기에 빠뜨릴지 모르는 경제갈등을 어떻게 풀지 ‘정책연구’는 하지 않고 총선에 활용하기 위해 ‘선거연구’만 한 셈이다. 양정철에게 ‘주의’를 줬다는 이해찬 대표는 더 가관이다. 아베의 경제단교 선언, 문 대통령의 경제전쟁 선포가 나온 지난 2일 그는 서울 여의도 고급 일식집에서 지인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사케’를 반주로 마셨다. 일식집 오찬 전후로 대책회의와 규탄대회에 참석해 일본을 강하게 성토하면서 그 중간에 일본 음식집에 가서 밥과 술을 먹었다.

정부와 재계가 아무리 나서도 정치권에서 위기국면을 오히려 선거에 활용하고, 일식집의 맛을 못 잊어 들락거린다면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일본에 지지 않으려면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정권 지지층만 모여 있고, 한 쪽은 오히려 멀리 떠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당장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건 전쟁 사령탑 재배치다. 논란을 일으킨 조국은 법무부 장관으로 보내면 안 된다. 양정철은 직접 설득해서 스스로 물러나게 하든지, 당 지도부에 강력한 조치를 권유해야 한다. 최소한 그 정도의 진정성은 보여야 정치적 반대자들도 경제전쟁에 동참할 명분이 생긴다. 아울러 국민 편 가르기로 확보한 정권의 적극 지지층만으론 위기가 닥쳤을 때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사실도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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