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생활·엘리트체육 통합 대구농구협회 김동규 초대 회장

  • 권혁준 손동욱
  • |
  • 입력 2019-08-03   |  발행일 2019-08-03 제22면   |  수정 2019-08-03
“대구에 프로농구팀 있어야 저변 확대…이달 중 유치委 발족 계획”
20190803
김동규 영남대 체육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아우른 대구농구협회장으로 추대돼 대구농구계를 이끌게 됐다. 김 회장이 향후의 계획 등 포부를 밝히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11년 프로야구, 프로축구와 더불어 대구의 3대 프로스포츠였던 프로농구가 대구에서 사라졌다. 대구에 연고를 뒀던 ‘대구 오리온스’가 경기도 고양시로 연고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1997년 창단 때부터 대구 오리온스를 사랑하던 대구 농구 팬들은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8년이 지난 2019년, 대구에서 프로농구팀 부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한 프로농구팀 유치 움직임의 중심에는 대구농구협회를 이끌게 된 김동규 협회장이 있다. 2016년 학교·생활·전문체육의 통합 정책에도 불구하고 2년반 동안 ‘회장 공석’ 상태를 유지하던 대구농구협회가 최근 김동규 영남대 체육학과 명예교수를 대구농구협회장으로 추대하면서 비로소 통합을 이뤘다. 대구농구협회는 지난달 19일 창립식 및 초대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김동규 대구농구협회장은 중·고·대학교에서 8년간 농구선수로 활약했으며, 영남대에서 40여년간 국내 체육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달 29일 오후 신임 김동규 대구농구협회장과 만나 대구 농구 부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구농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말해 달라.

“대구농구협회장 자리가 오랫동안 공백상태에 있었다. 경기인으로서의 사명감. 이 두 가지가 맞물렸다. 기쁜 한편, 부담감도 적지 않다. 정상적으로 다른 협회들이 합쳐질 때 통합된 상태로 함께 출발한 게 아니어서 사실 부담감이 크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회장들은 정치인 또는 기업가들이 많았다. 그런데 난 교수 출신이다. 기존 시스템에서 자기 능력껏 모든 임원들이 힘을 합쳐서 자급자족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때문에 협회 구성원도 몇 명을 제외하곤 실제 일할 수 있는 40대 위주로 새로 구성했다. 관상용적인 또는 군림하는 회장이라기보다는 실무형 회장이 되고 싶다.”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온 대구농구협회다. 회장 추대를 수락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수락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201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 정책에 따라 모든 체육단체가 합쳐졌다. 하지만 대구농구협회는 대구의 모든 종목 중에서 유일하게, 전국농구협회 중에서 유일하게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2년반 동안 회장을 공석 상태로 두고 있었다. 이는 상호간 주도권 다툼으로 비롯됐다. 엘리트는 선수출신이라는 자존심이 있고, 생활체육은 저변확대에 대한 기여 등이 있으니 서로 기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던 와중에 올해 대구시체육회가 대구농구협회를 이 상태로 계속 둘 수 없으니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찾았고, 학계에 있는 저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쪽에 제안한 것 같다. 다행히 양쪽 대표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저 또한 대구시체육회에 대구농구협회의 회장 공석 상태를 빨리 해결해달라는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남은 1년반 임기 동안 대구농구협회를 안정시키고자 수락하게 됐다.”

▶취임하는 날까지도 양쪽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갈등 봉합은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인가.

“솔직히 지금도 100%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은 한지붕 두가족일 수밖에 없다. 행정·재무 등 모든 부분이 서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모든 것을 합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융합을 이뤄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엘리트는 생활체육에 대한 이해를, 생활체육은 엘리트 세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제 역할은 양쪽이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태까지 각자의 길을 갔던 것을 융합해 나갈 수 있도록 제가 컨트롤을 잘해야 한다.”


시민들, 오리온스 많이 아꼈지만
타도시 뺏긴 후 자부심에도 타격
유치위 구성 후 구단별 접촉계획

생활-엘리트 갈등 아직 남아있어
사명감 갖고 조직안정에 힘쓸 것
군림 않는 ‘실무형 회장’ 되고파


▶취임식 때 엘리트·생활체육 통합 및 윈윈전략, 협회 선진화시스템 구축, 농구저변확대 등 3가지를 공약했다. 세부적인 시행 계획이 있나.

“엘리트·생활체육 통합과 윈윈전략은 단체간의 통합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상호 교류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활체육에서 나온 선수들이 엘리트체육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엘리트체육에 종사하던 선수들이 생활체육 지도자로 갈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극소수를 제외하곤 이런 교류가 거의 없다.

일본의 경우 고교 농구팀이 4천개 이상, 중학교는 6천개 이상이다. 이 팀들은 모두 동아리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선수가 나온다. 생활체육으로 시작해서 엘리트체육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생활체육으로만 즐기는 사람이 있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협회선진화시스템 구축은 크게 아카데미즘의 회복과 지역스포츠 활성화로 나눌 수 있다. 아카데미즘 회복을 위해 엘리트체육을 하는 학생들도 학업을 병행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선 지도자들의 생각이 바뀔 필요가 있다. 지역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회를 하나쯤 더 만들려고 한다. 지역민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앞서 얘기한 것들이 이뤄지면 자연스레 농구 저변확대가 될 수 있다.”

▶프로농구팀 유치도 약속했다.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나.

“대구 오리온스가 2011년 고양시로 연고지를 옮겼다. 일반적으로 대도시보단 기초지자체 등이 프로팀에 대한 지원이 좋다. 당시 대구는 육상선수권대회가 있어서 시에서도 관심이 부족했다. 고양시는 대구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세웠다. 서울과도 가까워 관중 동원능력 등 장점이 많았다.

프로농구팀이 빠진 이후 대구시민들은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없어졌다. 이는 곧 농구 저변의 축소를 가져왔다. 게다가 3대 도시인 대구가 다른 지역에 프로팀을 빼앗겼다는 자부심에도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대구에 프로농구팀을 되살리고자 한다. 지금 발족위원회 내지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중이다. 대구시와 대구시체육회, 대구농구협회 등 3개 기관이 협조하고 일반 시민단체나 시의원 등을 포함한 7~8명의 위원회를 구성코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달 중으로 위원회가 발족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구성 이후엔 10개 구단 중에서 대구로 연고지를 옮길 의향이 있는 팀과 접촉을 해보려고 한다. 임기 중에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구에서 프로농구팀 유치에 대한 관심을 계속 표명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대구 시민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과거 대구 오리온스가 있을 때 대구시민들은 농구를 아끼고 사랑했다. 실제로 1998~1999시즌 팀이 32연패에 빠져 있을 때도 평균 관중이 3천4명, 10개 팀 중 5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1999~2000시즌엔 팀이 8위의 성적을 거뒀지만 평균 관중은 20% 정도 증가한 3천608명을 기록해 10개팀 중 3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관중 충성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대구농구협회가 새롭게 태어나 농구대회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의욕적으로 하려고 한다. 시민들께서 농구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