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임중도원과 공재불사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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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7   |  발행일 2019-07-17 제30면   |  수정 2019-07-17
한달 평균 1만㎞나 달리며
李 도지사, 현안 챙겼지만
지난 1년간의 성과는 미흡
하지만 서서히 변화가 시작
갈길 멀지만 쉼없이 추진을
[동대구로에서] 임중도원과 공재불사
임호 경북본사 1부장

며칠 전 경북도청 인근에서 홀로 새벽 산책 중이던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났다.

평소 자신만만해 보이던 도백(道伯)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근심이 묻어났다.

되돌아보면 이 도지사의 취임 1년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에서 경북은 11조원을 신청했지만 겨우 4천억원밖에 받지 못하는 참패를 경험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국방부의 무관심과 부산·울산·경남의 생떼에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영덕 천지원전 1, 2호기가 중단되면서 영덕민심은 들끓었다.

포항지진특별법안은 정치권의 공방으로 감감무소식이었고, 영일만대교 건설도 정부의 외면을 받았다. 경주 지진방재연구원도 희망했지만 정부는 울산재난연구원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경주 유치를 희망했던 원전해체연구원도 울산·부산과 반으로 나눠야 했다.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입되는 SK하이닉스 구미 유치도 무산됐다.

이쯤되자 도민들 사이에서는 ‘경북패싱’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이 도지사에게 지난 1년은 난관의 연속이자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의 시기였을 것이다. 상황을 지켜본 필자도 답답하다 못해 천불이 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이 도지사는 공재불사(功在不舍·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의 마음으로 끝없이 도전했다.

예산확보가 어려울 때면 ‘경북패싱’이란 영남일보 1면 기사를 들고, 여당 대표를 찾아가 읍소했다. 부산·울산·경남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추진을 협공할 땐 “통합신공항만 선정해주면 가덕도공항 추진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도박에 가까운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와 국회의원, 중앙부처 장·차관을 만나 경북의 어려움과 국비확보의 간절함을 호소했다. 그것도 되지 않으면 상대방과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인간적인 도움도 요청했다. 한 달 평균 1만㎞를 달리며 경북의 현안을 챙기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찾아가 설득했다. 어떤 이는 공감했고, 어떤 이는 모멸감이 들 정도로 대놓고 무시했다.

그랬던 경북이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16일에는 경북도가 경주 감포읍 나정리 200만㎡부지에 1조원이 투입되는 에너지과학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이 도지사가 국무총리실과 국방부를 수차례 방문하며, 설득한 끝에 조기확정이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2일 군 공항 이전사업 지원위원회가 개최되면서 통합신공항은 본격적인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북도와 구미시가 추진하던 ‘홀로그램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지난 3년간 단 1건도 없었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된 것이다. LG화학과 함께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구미형 일자리도 유치했다.

포항은 강소연구개발 특구 지정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고, 지진특별법안도 국회 주요 3당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방소멸 1위의 의성도 이웃사촌 시범마을 조성을 통해 100여명의 청년을 유입시켰다.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경북이 살아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갈 길은 멀고, 어깨는 무겁지만 끊임없는 도전속에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이 도지사 재임기간 천하태평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중도원과 공재불사라는 두 단어를 도백의 평생 업보라 생각하고 쉼없이 뛰어주었으면 한다.
임호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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