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한국의 첫번째 축구 우승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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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4   |  발행일 2019-06-14 제23면   |  수정 2019-06-14

이번 주말은 정말 핫한 토요일이 될 것 같다. 일요일로 넘어가는 이날 심야,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진다. 한국팀은 1983년 첫 4강 신화 이후 36년 만에 4강을 넘어 최후 결전을 바라보게 됐다. 한국축구가 결코 걸어보지 못한 길이다. FIFA주관 최초의 결승 진출이다.

사실 엄격히 따져 FIFA가 아닌 대회로 넓히면 최초는 아니다. 결승에 진출한 것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한 기록이 있다. 43년 전 1976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세계대학축구선수권 대회다. 중학생이던 필자도 그때 기억이 있다. 유니버시아드의 전신으로 지금의 U-20 축구대표팀에 해당되는 한국팀은 브라질, 네덜란드 등 축구에 미쳤거나 아니면 축구에 관한 한 뒤지지 않기로 작정한 나라들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고, 파라과이마저 물리치고 우승했다. 결승전에는 7만명이 운집했고, 현지 언론들은 한국 대학생팀을 대서 특필했다. 교민이나 대사관 직원 등 울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대학생 축구라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지만, 축구뿐만 아니라 한국스포츠 역사상 구기종목에서 최초의 세계대회 우승으로 이정표를 세웠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귀국한 축구팀은 서울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당시 연세대 소속이던 조광래 선수가 눈에 띈다. 그는 지금 K리그 돌풍 팀인 대구FC의 단장이자 대표이사다. 세상사 이치가 그렇듯 과거 디딤돌이 쌓여야 새 역사가 창출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우루과이 대학축구 우승 트로피를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2019 U-20 축구대표팀’은 43년 전 혹은 36년 전의 그 팀과는 또 다르다. 풍요롭지는 않았던 그 시절의 선수들이 아니다. 슛돌이 이강인의 키가 5㎝만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체격이나 체력 조건부터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축구 자체를 자신들의 놀이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뛰는 모습을 보면 예전처럼 안쓰럽지 않다. 승리후 버스 안에서 발라드 떼창을 부르는 동영상도 있다. 감독의 리더십도 달라진 모양이다. 정정용 감독이다. 호통치는 얼차려 축구는 분명 아니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 대학까지 줄곧 대구에서 선수생활을 한 데다 대구FC 수석코치까지 역임했다. ‘대구 축구맨’이다. 일요일 새벽, 그의 우승 소감을 정말 듣고 싶다.

박재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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