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분증’ 청소년에게 술 판매한 업주 처벌 면제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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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4 07:29  |  수정 2019-06-14 07:29  |  발행일 2019-06-14 제6면

미성년자 주류 판매 처벌에 대한 면책 조항이 시행되면서 자영업자의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위·변조하거나 도용한 신분증을 이용한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된 업주에게 제재 처분을 면해 준다. 또한 폭행·협박으로 업주가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술을 판매한 경우에도 처벌이 면제된다.

■ 식품위생법 개정 시행

적발 78%가 청소년 고의신고 등
업주에 불리한 규정으로 피해 속출
협박으로 미성년 확인 못해도 면책

그동안 업주에게 불리한 규정 때문에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하고 술을 마신 경우 청소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는 반면, 업주는 벌금을 내는 것은 물론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미성년자 주류 판매 적발 업체 3천339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천619곳(78.4%)이 청소년 고의 신고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 SNS 게시판에선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음식점에 걸린 현수막 사진이 화제가 됐다. 현수막에는 “새벽 2시 넘어 들어와서 25만7천원어치 술 마시고 자진신고한 미성년자들 보거라. 차라리 돈 없다고 죄송하다고 하지, 나는 피눈물 흘린다. 주방이모, 홀직원, 알바들도 다 피해자”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3천8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법이 잘못됐다’ ‘민증이 위조인지 어떻게 아느냐’ ‘속은 가게가 무슨 잘못이냐’ 등의 의견을 냈다.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60)는 지난해 12월 미성년자 주류 판매 위반으로 20일간 영업 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새벽 3시에 술에 취한 채 들어온 손님들이 미성년자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벌금도 억울한데 가게 문을 한 달 가까이 닫으니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이런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중한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과장은 “고의성을 가지고 술을 판매한 게 아니라면 처벌을 면해 주어야 한다”며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종업원도 줄이고 가게를 꾸려나가는 소상공인이 많다. 중간에 합류하는 손님까지 신분증을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들이 죄의식 없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미성년자에게도 과태료를 물리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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