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암투병 23년…공방으로 희망 찾아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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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5   |  발행일 2019-06-05 제14면   |  수정 2019-06-05
사고 후 홀로 아이키우는 이효순씨
독학으로 액세서리 만드는법 터득
주위에 나눠주다‘효순공방’오픈
“수십년 만에 삶의 의욕 생겼어요”
지체장애·암투병 23년…공방으로 희망 찾아
1급 지체장애인 이효순씨가 집에서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다.

이효순씨(52·대구 서구 비산동)는 23년 전 새해 첫날 교통사고로 1급 지체장애판정을 받았다. 남편과 아들, 딸과 함께 시골 시댁에 가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새 아파트에 이사하고 한 달쯤 지나 일어난 이 사고로 하루아침에 중증장애인이 됐다. 일주일 동안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다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그녀는 아들과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엄마로서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한다. 3년 동안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휠체어를 타고 육아와 살림살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복지 혜택이 없어 혼자 힘으로 두 아이를 키웠다.

“두 아이를 혼자 키우기에는 정말 힘들었다”는 그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남편은 가정을 버린 채 떠났고, 아픈 몸으로 가장 역할 하는 것이 죽을 만큼 힘들어 때때로 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천진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어린 두 아이를 위해 아픈 몸이지만 엄마로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겠다며 이를 악물고 살았다.

퇴원 이후 5년 만에 일상 생활이 조금 익숙해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갈 무렵 그에게 또 커다란 시련이 닥쳤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는데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는 것. 교통사고 후 7년이 되던 해, 유방암 3기로 간에 전이 됐다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 다시 절망에 빠졌다.

그는 엎친 데 덮친 자신의 기구한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항암 치료와 정기 검사를 위해 남의 힘을 빌려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이 그를 더 힘들게 했다.

그는 23년 동안 침대에 누워 생활을 하는 동안 욕창을 제일 두려워했다. 욕창을 방지하고자 휠체어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면서 무료한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생각을 하다가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일거리로 머리핀, 브로치 등을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 재활원에 보냈고, 이웃 사람과 친구에게 나눠줬다. 쉬지 않고 만든 작품이 보기 좋고, 갖고 싶다는 사람이 늘어나자 주변에서 판매를 해보라는 제안도 받았다.

작년부터 서구 비산동 토성마을 축제 때 친구와 딸의 도움으로 액세서리 부스를 운영해 판매 수익금도 얻었다. 최근 부업으로 전환해 액세서리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집에 ‘효순공방’이라는 현수막도 설치했다.

그는 “공방을 알리는 현수막을 펼치는 순간 23년 만에 처음으로 삶의 의욕이 생기고 마음이 들떴다. 요즘 즐겁고 살아갈 희망이 생겨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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