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의 10년 후 운명 ‘세계시장의 90% 차지 vs 아예 사라질 것’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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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8 08:00  |  수정 2019-05-18 08:06  |  발행일 2019-05-18 제13면
(순수내연기관·하이브리드)
미래車시장 주도권 누가 잡나
20190518

탈(脫)내연기관은 언제쯤일까. 전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흐름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점치는 이들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전기차 보급이 큰 폭으로 확대돼도 여전히 내연기관차가 도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퇴출이 생각했던 것만큼 빨리 오지 않을 것이란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100년 넘게 전 세계 도로를 달리던 내연기관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자동차공학회‘車 동력발전’발표서
순수 내연 65%·하이브리드 28%로
2030년 세계점유율 93% 차지 전망

“20년 뒤에는 자율주행차·車 공유가
전통적 車시대 끝내고 새시대 열것”
美 연구기관은 2030년 종말 예상도

수익성에 내연기관 포기않는 업체
전기차 대체땐 고용감소 등 문제도


◆10여년 뒤에도 내연기관차는 굳건할 것

한국자동차공학회가 지난 3월 ‘2030년 자동차 동력 발전’의 주제 발표를 통해 2030년에도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9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점유율이 10여년 뒤에도 10%를 넘지 못한다고 예상한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마다 친환경차 출시 계획을 내놓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의외의 연구 결과다.

학회는 2030년 전세계 차량 가운데 가솔린과 디젤 등 순수 내연기관차가 65%에 달하고, 엔진과 모터를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차는 28%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순수 전기차의 비중은 7%에 그쳤다. 순수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합쳐 내연기관을 동력으로 삼는 차의 비중이 93%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주력 동력원은 내연기관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이브리드차의 연료 효율이 2015년 수준보다 80.2%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학회는 자동차 기술별 적합성을 분석한 ‘메리트(merit) 함수’를 통해 하이브리드차, 경유차, 휘발유차, 전기차, 수소차 순으로 높은 점수를 매겼다. 생산 단계까지 포함한 평가에선 경유차의 기술별 적합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

그러면서도 ‘탈내연기관’의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유차’를 내세우던 독일차 업체들이 친환경 차종 확대를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차들이 발빠르게 전기차를 내놓는 것은 배출가스 규제 강도가 커지는 것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프랑스와 영국 정부는 2040년부터 휘발유와 경유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 중이다.

친환경차의 주행가능거리와 충전속도 등 전체적인 성능이 지금보다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기차 기술은 수소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핵심기술로 활용되고 기술 수준도 빠르게 개선돼 2025년에는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지난해 수준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해외에선 2030년에 내연기관차 종말 예상

해외의 예상은 이와는 다르다. 미국의 신기술 연구기관 ‘리싱크엑스’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내연기관차가 2020년을 기준으로 줄어들어 2030년에는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이 나왔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포드의 ‘모델T’가 출시된 1900년대 초반이 자동차 산업의 첫 변곡점이라면 지금은 기술 혁신에 따른 두 번째 변곡점”이라고 했다.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도심 환경 오염 문제로 자동차업계가 탈내연기관 하는데 따른 것이다. 전기차는 이른 시간 내에 내연기관차에 뒤지지 않을 만큼 기술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 출시되고 있는 전기차만 봐도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출력을 쏟아내는 전기 동력의 특성으로 고성능 차 못지않은 힘을 낸다. 페달 반응도 과거 전기차와 비교해 이질감이 거의 없어졌고, 조향감도 예리해졌다. 에어컨을 계속 가동해도 공인연비를 넘어서고, 주행가능거리는 200㎞를 훌쩍 넘는다. 단점으로 꼽혀온 공간 활용성도 좋아지고 있다. 수입차는 성능이 뛰어난 전기차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500㎞에 근접하고, 환산 출력도 400마력을 넘어선다.

전기차에 이어 주목되는 자율주행차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제너럴모터스(GM) 부회장을 지낸 밥 루츠는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에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암울한 칼럼을 기고했다. 제목은 ‘좋은 시절이여 안녕(Kiss the good times goodbye)’이었다.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의 부흥을 이끌어온 그는 “20년 뒤면 자율주행차와 자동차 공유가 산업 전반을 뒤덮으며 전통적인 자동차의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고성능 자동차를 만들던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회사의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 동력 기반 자율주행차의 세상이 오면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판매를 통해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의 비율이 20%를 넘어서면 자동차는 기차의 객차처럼 모듈화돼 우버나 리프트 같은 공유업체에 대량 납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브랜드의 의미는 크게 퇴색되고 이동용 자율주행 모듈 납품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모터쇼에서 선보이는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의 모습이 아니라 이동식 박스형 모듈이다. 이런 형식의 자동차가 도로를 가득 채울 때면 루츠의 말처럼 자동차 브랜드의 가치는 사실 무의미해진다. 이 때문에 루츠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인간의 운전이 금지되고 기존 자동차들은 서킷이나 한정된 공간에서만 탈 수 있는 놀이기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점유율 0.8%…당장 퇴출은 아냐

친환경차가 대세로 떠올랐지만 대중화까지는 갈길이 멀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96.5%, 하이브리드(엔진·모터 겸용) 2.7%, 전기차 0.8%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새 규제는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재촉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고, 프랑스와 영국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독일차 업체들이 경유 엔진을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디젤게이트의 주범격인 폴크스 바겐그룹은 몇 년 안에 배출가스를 대폭 줄인 새 경유엔진을 내놓겠다고 최근 밝혔다. 볼보 역시 당장 순수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모든 라인업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은 아니다. 푸조도 내연기관의 종말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차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를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경제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아직 수익성이 불확실한 전기차에 주력할 수 없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은 국내 자동차산업에서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자동차부품사들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내연기관차의 부품은 3만개인 반면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부품은 최소 1만개다. 2만개의 부품을 만들어내는 업체가 필요 없어진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구조부터 다르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의 엔진룸이나 변속기, 구동축 같은 부품이 필요 없는 대신, 바닥에 배터리 팩이 들어갈 자리가 필요하고 앞뒤에 전기모터가 놓일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고용도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관련 직접 고용 인원은 39만명에 달한다. 정비소와 주유소, 보험 등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10%를 넘는 인원 중 3분의 2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수십만개의 일자리와 수백개의 중소기업이 사라진다.

하지만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내연기관차를 계속 생산하고 탈 수는 없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다. 전 세계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내연기관차의 대체재로 자리잡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전기차 대중화를 잠자코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내연기관차의 다음 단계가 아직 불확실하지만 미래차 주도권을 쥐려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동성에 대한 자동차 소비자의 인식이 바뀐다면 여러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포맷’도 급속히 바뀔지도 모른다. 10년 뒤 당신은 어떤 차를 타게 될까.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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