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악인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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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7   |  발행일 2019-05-17 제42면   |  수정 2019-05-17
조폭과 형사, 더 큰 악인 잡기 위해 뭉쳤다
연쇄살인범 표적이 된 중부권 최대 조직 보스
겹겹이 세상 둘러싼 악인들과의 숨가쁜 혈투
[금주의 영화] 악인전

조직 보스와 형사가 손을 맞잡았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 불편한 공조가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우연히 연쇄살인범의 표적이 됐다 겨우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의 구겨진 자존심 회복과 연쇄살인을 확신하고 홀로 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의 공명심이 서로 부합했기 때문이다. 영화 ‘악인전’은 더 큰 악인을 잡기 위해 악인으로 상징되는 조직 보스와 정의를 추구해야 하는 형사가 힘을 합친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졸지에 피해자가 된 장동수(마동석)는 분노로 들끓는다. 중부권 최대 조직의 보스로서 힘과 재력에서 감히 상대할 자가 없었던 그에게 죽음보다 더한 수치심을 안겨주었으니 말이다. 가해자를 직접 찾아 복수하기를 원하지만 제 아무리 많은 조직원과 자본을 가진 장동수라도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놈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오랜 형사생활에서 터득한 촉으로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부의 무관심에 돌아버릴 지경인 형사 정태석(김무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못된 깡패와 선을 넘은 경찰이 연쇄살인범 K(김성규)를 잡기 위해 손을 잡은 만큼 이후 행보는 다분히 장르적으로 흘러간다.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잡는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세상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악인들과의 혈투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관전 포인트 역시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불협화음과 남성미 넘치는 액션이다. 두 사람은 시종 팽팽한 긴장감과 이색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극의 열기를 한층 더 가열시킨다.

다소 뻔한 소재와 이야기지만 이를 진부하지 않은 방식과 설정으로 변주해낸 건 미덕이다. 덕분에 같은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되 먼저 K를 잡아채려는 주도면밀한 수싸움과 다음 수를 내다보며 덫을 놓는 상황이 시종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형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총동원하는 보스, 조직의 도움을 받아 연쇄살인의 정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집하는 형사,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해 연쇄살인범의 뒤를 바짝 쫓는다.

상대적으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공격한 연쇄살인범 K는 그들에 비해 너무 왜소해 보인다. 사이코패스인 K는 과거 아픈 상처와 트라우마로 인해 사회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기보다는 살인마에 가깝다. 증거·흔적·타깃을 고르는 패턴은 물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지능적인 범행까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극악무도한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다. 외려 그는 장동수와 정태석의 추격에 움츠리기보다는 상황을 점점 즐기는 듯하다.

영화는 실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은 “악과 악이 대결하는 모순적 상황을 통해 인물들의 갈등과 장르적 재미를 더했다”며 “나쁜 놈과 나쁜 놈을 병치시키면서 선과 악이 때에 따라 뒤집힐 때 묘한 서늘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악인전’은 하나의 장르가 된 마동석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영화다. 최근 다소의 부침이 있었지만 그만의 특장인 압도적인 힘과 카리스마는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했다.(장르:액션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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