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도우터 오브 마인

  • 윤용섭
  • |
  • 입력 2019-04-26   |  발행일 2019-04-26 제42면   |  수정 2019-04-26
두 엄마 사이 갈등하는 딸…세 여성의 본능·욕구
20190426

10살 소녀 비토리아(사라 카수)에겐 성격과 외모가 판이한 두 명의 엄마가 있다. 친모 안젤리카(알바 로르와처)와 길러준 엄마 티나(발레리아 골리노)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티나는 비토리아를 향한 자신의 사랑과 노력이 진짜라고 확신한다. 반면 알코올 중독과 남성 편력으로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온 안젤리카는 일찌감치 엄마되기를 포기했다. 그녀가 비토리아의 삶 주위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마을 축제에서 우연히 마주친 비토리아를 본 후 난생 처음 모성이 피어난 것. 이를 눈치 챈 티나는 필사적으로 두 사람의 만남을 막으려 한다.

‘도우터 오브 마인’은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여인의 모성애를 다루고 있지만 실질적인 탐구는 다층적으로 변화하는 세 인물의 본능과 욕구다.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고통을 마주한 세 인물이 만들어내는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모색하는 과정이다.


파격적 오프닝에 담은 기른 엄마, 낳은 엄마 성향
딸의 성장담으로 풀어낸 육아·모성에 대한 시각



영화는 파격적인 오프닝 장면부터 두 엄마의 성향과 영향력을 나란히 비교한다. 비토리아는 축제장 부근에서 한 남성과 정사를 나누는 금발의 여성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녀가 자신의 생모인 안젤리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안젤리카의 절친인 티나는 과거 그녀의 출산을 돕는 과정에서 비토리아를 자신이 돌보기로 했다.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되는 안젤리카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게 티나는 비토리아를 자신의 딸처럼 10년 간 애지중지 키웠다.

모성에 관한한 동서양이 다를 건 없겠지만 ‘도우터 오브 마인’이 이에 접근하는 방식은 좀 더 감각적이다. 육아에 대한 불완전함과 모성에 대한 일반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를 비토리아의 성장담으로 풀어간다. 아빠 엄마와 달리 자신만 붉은색을 띤 금발에 피부가 새하얗다는 점이 못마땅한 비토리아는 자신의 정체성에 늘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아빠에게 “내가 태어날 때 아빠도 함께 있었냐”고 되물으며 이를 확인하려 한다. 그러다 자신과 닮은 친모를 축제에서 보게 된 후 비토리아는 미세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

아직 10살 소녀에 불과하지만 비토리아는 모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욕구와 자아를 지녔다. 그 과정에서 발현된 게 정체성의 실현이다. 자신을 향한 티나의 사랑이 진심임을 알지만 비토리아는 길들여지지 않은 핏줄의 끈끈함에 강하게 이끌린다. 모성애에 접근하는 일반적인 문법 대신 세 인물의 내밀한 감정과 심리를 간결하면서도 압축적으로 보여준 영화는 시종 독특한 질감과 분위기로 감정적인 깊이와 여운을 더 크고 진하게 남긴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