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5년간 임기 마무리 후 떠난 조만수 웃는얼굴아트센터 前 관장

  • 김수영 이지용
  • |
  • 입력 2019-04-26   |  발행일 2019-04-26 제35면   |  수정 2019-04-26
“클래식 위주 벗어나 화려한 재즈 시도 큰 반향
극장 리모델링·달서생활문화센터 개관 보람”
20190426
5년간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수장으로 다양한 활동을 보였던 조만수 전 관장. 앞으로도 빨리 가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행보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년간의 관장직 업무를 잘 마무리한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조만수 전 관장은 시원함 반, 아쉬움 반이라 했다.

10여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지역문화예술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이가 바로 그였다. 그는 2004~2006년과 2010~2014년에 대구예술인총연합회 사무처장으로 일한 데 연이어 웃는얼굴아트센터 관장으로 취임, 임기를 꽉 채우고 지난 19일 관장의 옷을 벗었다.

영남대 음악대학을 나온 그는 이같은 기관에서의 활동을 통해 음악, 무용 등의 공연만이 아니라 전시에 이르기까지 많은 현장을 다니며 경험을 쌓아왔다. 숨가쁘게 활동했던 시간을 잠시 접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그의 앞길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예총 재임때 많은 현장경험 활동
민간단체 이어 공공기관 수장역 도움
직원과 유대감·호흡 맞춰나간 게 주효

7월 오페라‘리골레토’무대 올릴 계획
무용학원 작품에 기회…대중화 일조
매월 1회씩‘예술소비운동’추진 기억

예술인 역량위해 예술행정 역할 중요
시민에 다가가는 다양한 문화행사 기획
대구, 세계 예술도시 도약 잠재력 커
컨트롤타워 제대로 작동 안돼 아쉬움

내실 다지며 한걸음씩 성장위해 일조

20190426
웃는얼굴아트센터 관장 시절, 직원들과 함께.
20190426
지난해 열렸던 ‘재즈 인 대구 페스티벌’.


▶늘 현장과 함께 하는 관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러면서도 나서지 않고 조용히 활동해오셨는데요.

“눈에 두드러지는 대외활동보다는 웃는얼굴아트센터의 내실을 다지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물론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는 가급적 참여하려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자주 보일 수밖에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런 시간 외에는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직원들과 함께 하며 극장의 전체적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했습니다.”

▶웃는얼굴아트센터 재임기간에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극장 리모델링과 달서생활문화센터 개관을 꼽았습니다.

“국비와 시비로 32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2017년부터 1년여간 극장을 중점적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 맞출 수 있는 음향과 조명시스템을 비롯해 객석과 바닥, 무대시설, 분장실 등을 대대적으로 수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자신의 일처럼 애써 주어서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앞서 2016년에는 웃는얼굴아트센터 구내식당을 국비 12억원을 들여 달서생활문화센터로 새롭게 개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지역민들의 활동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새로운 공연과 전시도 많이 선보인 것으로 압니다.

“달서구는 60만명이 거주하는 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구입니다. 저소득층이 많아 복지예산이 60% 넘게 차지하다보니 문화예술과 관련한 예산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초청공연, 재즈 인 대구 페스티벌 등 국악, 클래식음악, 재즈, 가요, 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극장 앞의 공원을 이용한 야외조각전, 지역의 젊은 작가들의 초대전인 신진작가초대전, 미디어아트 등을 기획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야외조각전의 경우 지역민에게 새로운 개념의 포토존을 제공해 문화예술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부분의 전시가 실내에서 진행돼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데 야외전시는 접근이 쉽다는 장점을 활용한 행사입니다.”

▶재즈 인 대구 페스티벌을 새롭게 기획해 짧은 시간에 큰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압니다. 구 단위 극장들이 클래식음악 위주로 공연하는 데서 벗어난 새로운 기획이라 눈길을 끌었는데요.

“달서구민들에게 다양한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구에서 쉽게 시도하지 않는 재즈 분야의 페스티벌을 기획했습니다. 지난해까지 3회의 행사를 치렀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국비 3천만원을 지원받아 좀더 풍성한 프로그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8월에 열리는 올 행사에는 룩셈부르크, 미국, 네덜란드 등 해외 7개팀과 국내 2개팀 등이 참여해 화려한 재즈의 선율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오는 7월 오페라도 선보인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구·군 극장들도 참여해 첫 오페라공연으로 소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를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선보였습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재단과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리모델링된 새로운 극장에서 공연했는데 많은 시민이 찾아와 수준 높은 공연을 보며 상당한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이에 힘입어 오는 7월 대경오페라단(단장 제상철)이 제작한 오페라 ‘리골레토’도 올릴 예정입니다. 제상철, 구본광, 주선영, 배진형 등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무용공연도 기획했습니다.

“대구무용협회와 연계해 지역의 무용학원들에서 만든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아카데미댄스페스티벌’을 선보였습니다. 무용학원은 지역무용계의 기반을 닦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무용학원의 힘을 돋워주는 행사라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학원들의 무용축제인 만큼 무용전문가는 물론 학원생들의 가족이 많이 관람해 무용의 대중화에도 일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예총 사무처장으로도 꽤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3명의 예총회장과 함께 일한 사무처장은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권정호 회장과 문무학 회장, 류형우 회장이 계실 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며 지역예술 전반에 대한 현장공부를 했습니다. 또 그때부터 맺은 인맥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도 저의 큰 자산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경험과 인간적인 교류관계가 관장으로 다양한 일을 펼쳐가는데 큰 힘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문무학 대구예총 회장 재임때 추진했던 예술소비운동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하셨습니다.

“예술소비운동은 한달에 한번 공연이나 전시를 보고 책 1권을 읽자는 운동으로 예술인구 저변확대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지역예술인들의 공연이나 전시를 대구예총 회원이 많이 관람함으로써 이들 예술인의 창작의욕을 돋워주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됩니다.”

▶대구예총이라는 민간단체의 활동과 공공기관에서의 활동은 차이가 있을 듯 합니다.

“두 기관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대구예총은 민간단체라는 특성상 유연성이 있고 자율성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어 상대적으로 유연성, 자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전문예술행정가로서 배울 점 또한 많습니다. 대구예총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이 공공기관의 수장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직원들과 호흡을 맞춰 일해 나간 것이 주효했습니다.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 돈독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수평적 협의를 통해 많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원 처우개선 등에서 아쉬운 점이 있어 새 관장이 이런 미비한 점들을 잘 해결해 나가길 바랍니다.”

▶예술행정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있을 듯 합니다.

“예술인은 많지만 예술행정가는 별로 없는 게 지역의 현실입니다. 예술인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그 역량을 키워나가는데 예술행정이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예술행정가의 한사람으로서 늘 누구를 위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예술인과 예술단체는 물론 시민에게 필요한 예술행정을 펼치는데 힘을 쏟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맡더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할 것입니다.”

▶현재 대구예술계가 큰 혼란에 빠져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예술행정가의 한사람으로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대구는 여러 예술분야에서 뛰어난 저력을 가진 문화예술도시입니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예술인들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다시 한국 최고의 예술도시, 나아가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최근 지역문화예술계가 여러가지 이유로 혼란스러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지역예술계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역할의 기관이 있지만 아직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예술계가 정상화되는 데는 예술인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지자체가 예술인과 함께 지역예술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빨리 가기보다는 여유를 가지며 내실을 다진 뒤 한걸음씩 나아가는 행보를 택하려 합니다. 10여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만큼 잠시 시간을 두고 좀더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지역예술인들과 그간의 소회를 나누면서 지역문화예술계의 발전에 대해 경청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입니다. 그러면서도 지역문화예술 중흥에 일조를 할 수 있도록 늘 깨어있을 것입니다.” 글=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 =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