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적반하장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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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6   |  발행일 2019-04-26 제23면   |  수정 2019-04-26

요즘 포항시민들의 마음이 이만저만 불편하지 않다. 포항지진피해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 노력은 여·야의 정쟁으로 진척이 전혀 없고, 국민청원운동은 20만명을 넘었지만 청와대의 답변은 아직 없다. 또 지진피해 대책을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은 경북도와 포항시 요구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사업 주관사인 넥스지오의 행태를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고 한다. 넥스지오측이 최근 ‘포항지진은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낸 교수(이진한 고려대 교수, 김광희 부산대 교수)들에 대해 “연구윤리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넥스지오는 “지난해 김 교수 등 연구진이 우리의 연구자료를 동의 없이 입수 도용해 논문을 쓴 것은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 등은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지난 3월 정부조사단의 연구 결과가 나오기 1년 전이었다. 넥스지오측은 “우리가 산업부에 제출한 지열발전 자료를 교수들이 국회의원을 통해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논문 핵심자료로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넥스지오는 논문이 나오고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교수들의 소속 대학인 부산대·고려대 등에 이들을 연구윤리위반으로 제소했다. 당시 교수들은 대학 측으로부터 ‘주의 환기’ 같은 조치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한동대에서 열린 지열발전 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알려졌다. 이 교수 등이 “연구 중 압력이 많았다”고 토로하면서다. 교수들은 “넥스지오가 연구윤리위반 혐의로 학교측에 문제를 제기해 불명예스러웠다”며 “대학 측에서 ‘학술윤리 위반은 없지만, 국회의원을 통해 물 주입과 관련한 자료를 얻었기에 직접 자료를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포항시민들은 “적반하장도 유분수” “주객이 전도됐다”라며 분노했다. 시민들은 “수십만명에게 지진 트라우마라는 고통을 준 당사자가 연구윤리라는 말을 들먹일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포항지진의 원인을 규명한 교수들의 연구윤리 위반을 이야기하기 전에 포항시민들에게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넥스지오측은 아직 어떠한 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이 지열발전사업에 대한 포항시의 인·허가 책임도 있어 도의적 책임을 느껴 삭발한 것과 너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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