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판문점선언 1주년,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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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6   |  발행일 2019-04-26 제22면   |  수정 2019-04-26
제재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미국의 눈치보기에만 급급
평화와 통일은 우리의 문제
관념적 선언에 머물지 말고
운동적 실천이 필요한 시기
[경제와 세상] 판문점선언 1주년, 실천이 필요하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파란색 회담장 사이 폭 50㎝, 높이 5㎝의 분단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11년 만에 남북의 양 정상이 손을 마주 잡았다. 잠시의 악수를 뒤로 하고 북측의 최고지도자는 역사상 최초로 분단경계석을 넘어 휴전선 남측으로 너무도 쉽게 넘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전선을 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김 위원장께서는 이렇게 쉽게 휴전선을 넘어 왔는데 나는 언제쯤 북에 가 볼 수 있을까요?”라며 준비되지 않은 이야기를 건넸다. 이 말을 들은 김정은 위원장은 즉석에서 “그럼 지금 잠시 다녀오실까요?”라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이끌어 분단경계석을 다시 넘어 북측 땅으로 인도했다. 두 지도자는 채 10여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남과 북의 분단경계선, 휴전선을 장난처럼 왔다갔다 해 버린 것이다. 분단은 어찌 보면 이처럼 장난과도 같은 70년 허상의 체제일 수 있다. 평화와 통일은 양 정상이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쉽게 오고 가면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일 수 있다.

4·27 판문점선언의 감동과 6·12 북미정상회담의 신기원, 이후 9·19 평양선언까지, 한반도 평화의 대장정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는 역사의 한복판에 지금 우리가 있다. 평화의 대장정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불발로 교착국면에 봉착했으나 이미 분단시대의 종언과 평화시대의 개막을 알린 역사의 흐름은 강물처럼 도도하다.

무엇보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불발이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북미 간 핵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우리 정부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교착국면 타개를 위한 해법은 미국도 북도 아닌 우리 정부 스스로의 변화가 관건이다. 우리는 미국도 북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하다. 우리 스스로의 변화만 가능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 정부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9·19 평양선언 이후의 모든 남북관계 현안들을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미룬 소극적 태도와 수동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한반도평화의 당사자, 주체로서 우리 정부의 능동적 상황인식과 적극적,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4·27 1주년에 즈음하여 다시 1년 전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차근차근,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엄중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4·27 판문점선언을 관념 속 선언이 아니라 실천적 운동으로 현실화시켜야 한다. 평화는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현실 앞에 피어난다.

1년 전 4·27선언에서 남과 북 양 정상은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포함하여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8천만 겨레와 전 세계 앞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는가? 그 많은 합의의 정신들은 온데간데없고 안보리제재 프레임에 우리 스스로 갇혀 미국 눈치보기에만 급급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에 입각하여 합의한, 안보리 제재와 무관한 사업들조차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선언만 하고 실천은 하지 못해 북측으로부터의 볼멘소리를 듣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분단은 누구의 분단도 아닌 남과 북, 우리의 분단이다. 통일도 남과 북 우리의 통일이지 다른 나라의 통일이 아니다. 이렇듯 평화와 통일은 누구의 눈치를 보고 누구의 사전 협의와 승인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분단과 통일은 평화의 문제로서 8천만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다. 평화와 통일의 주체, 당사자로서 우리 정부, 국민들의 결연하고도 확고한 입장이 필요하다. 4·27 판문점선언 1주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는 더 이상 관념적 선언이 아닌 운동적 실천이 필요한 때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그 주인된 길을 과감히 나서야 한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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