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패스트트랙과 사보임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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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6   |  발행일 2019-04-26 제22면   |  수정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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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의 골자인 선거제와 검찰개혁 이미지.연합뉴스

패스트트랙으로 국회가 난리법석이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패스트트랙’ ‘정개특위’ ‘사개특위’ ‘사보임’이 상위에 랭크됐다.

패스트트랙(Fast Track)은 짧게 ‘안건 신속처리’란 뜻이다. 즉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고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다. 박근혜정부 시절 통과된 국회선진화법 가운데 하나다.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원회 심의~법사위원회 검토~본회의 부의’ 등의 절차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세월호사태와 관련한 사회적 참사 특별법과 유치원비리와 관련 유치원3법이 통과된 적이 있다.

패스트트랙은 원래 경제용어다. 미국 대통령이 국제통상협상을 신속하게 체결할 수 있도록 의회로부터 부여받는 일종의 협상특권이다. 한국에선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은행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말한다. 기업이 은행에 패스트트랙을 신청하면 은행은 기업을 심사해 A~D 등급을 판정하게 된다. 공항에서의 패스트트랙은 장애인, 임산부, 아이를 동반한 승객, 노약자를 우선 배려하는 제도다.

이번 국회에서의 패스트트랙 골자는 연동형비례대표제와 관련한 선거제 개편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다. 전자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위) 일이고, 후자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위) 소관이다.


사건은 사개위에서 터졌다.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지정하려면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사개특위 위원은 모두 18명, 패스트트랙 정족수는 11명이다. 한국당 소속 7명을 제외하고, 민주당 8명과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으로 간신히 패스트트랙 정족수를 채웠지만,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사개위에서 오 의원 ‘사보임’을 강행했다. 사보임은 사임(辭任)과 보임(補任)의 합성어다.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에서 위원을 교체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 원내대표의 고유 권한이다. 사보임을 국회의장에 신청하고, 국회의장이 이를 승인하면 위원의 사임과 보임이 완료된다. 바른미래당은 대신 채이배 의원을 투입해 패스트트랙 통과의지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지지 4당과 자유한국당이 충돌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언론에 오르내리는 생소한 영어단어와 전문용어를 잘 모르고 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 국회를 점거하고 밤샘농성을 하고 싸움질을 해대니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증은 더 깊어간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주권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차라리 패스트트랙을 국민투표로 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박진관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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