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달성토성 새벽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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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6 07:53  |  수정 2019-04-26 07:53  |  발행일 2019-04-26 제18면
[문화산책] 달성토성 새벽시장에서

일요일 새벽마다 습관처럼 집을 나서서, 원대동 굴다리를 지나 달성토성 새벽장마당에 가면 세상의 온갖 상품이 널려 있고, 보다 싼 가격에 사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처음과 달리 꼭 무엇을 사거나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북적거려 등에 떠밀리고 모두가 자다 일어나 그대로 나온 행색들이지만, 일상에 필요한 상품을 팔고, 사러 온 사람들의 생생함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양방향 도로 가장자리에 줄지은 좌판을 따라 걸으면서 선글라스, 신발, 혁대를 만지작거리는데, 그 옆에 단돈 3천원으로 바지를 고르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온갖 채소 모종이 풍성하고, 침이 가득 고이는 멍게 향, 음악이 빵빵 터지는 MP3 라디오, 어묵, 국화빵, 만두, 손목시계, 낚시장비, 가정용공구, 주방용품, 두릅과 가죽 나물, 10여 종의 막걸리, 돼지머리와 노란 병아리까지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집에 두면 버려야 할 거 같은 물건들이 신기하고 멋스럽게 장바닥에 마구 널려 있다.

달성토성 정문 즈음에 이르면, 울타리 외벽에 기대어 비닐봉지에 싸들고 나온 절임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할머니가 보인다. 단골이 많아서 준비해온 배추가 바닥이 나면, 손님들이 그 자리에서 할머니가 집에서 배추를 더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는 정겨움이 있고, 그 건너편 리어카에는 과일과 채소를 큼지막하게 썰어 띄워 놓은 막걸리가 한 잔에 천원인데, 돼지부속이나 장떡과 같은 안주는 먹고 싶은 만큼 그냥 먹어도 된다. 겨울에는 그 막걸리를 연탄불에 살짝 데우기도 하는데, 어떤 이는 이것이야말로 코리아 ‘뱅 쇼’라 하였고, 잇닿은 좌판에는 특히 각종 중고 기계전동공구와 골동품류가 많아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달성토성이 무료로 개방되면서 새벽에 산책과 운동을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평일에도 장이 열리지만, 주말에라야 큰 장인데, 일요일에는 어디서 저 많은 사람이 왔을까 싶을 만큼 자연스레 새벽장이 형성되었고, 소문이 번지면서 뭇 상인들이 가져오는 상품의 다양성과 규모는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라 점점 독특한 시장으로 발전적 변모를 했다. 온 식구가 새벽시장 구경하고, 양손 가득 사고 소소한 행복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시장이 있을까.

가끔 선지해장국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서 이 시장이 언제까지 존재할까? 걱정을 한다. 대구 중구와 서구가 접한 지역으로 주변의 낙후된 환경은 재정비, 재개발의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성 앞의 순종 동상은 볼 때마다 더 흉물스러워 부디 실없는 일에 피 같은 세금 쏟아 붓지 말고, 새벽시장을 더 활성화시키는 노력이나 하지 라는 혼잣말을 한다.

김종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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