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유지 받들고 학내의견도 수렴…他재단에 모범 사례로 남아

  • 박종문,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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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6 07:37  |  수정 2019-04-26 08:05  |  발행일 2019-04-26 제11면
영광학원 대구대 첫 이사회 개최 의미
20190426
학교법인 영광학원(대구대)이 25일 오후 법인회의실에서 정이사 체제 전환 후 첫 이사회를 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학교법인 영광학원(대구대)이 25일 첫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대구대는 정상화 후 첫 걸음을 내디뎠다. 1994년 첫 임시이사가 파견된 지 25년 만이고, 2014년 5월 임시이사가 파견된 뒤로는 4년11개월 만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지난해 6월 회의에서 영광학원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8월회의에서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총 21명의 정이사 후보를 추천 받아 정이사체제 전환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분위는 당초 지난 1월까지 정상화할 방침이었지만 전·현직이사협의체의 정이사 후보 추천이 지연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회의에서 7명의 정이사가 선임되면서 정상화 절차를 밟아 갈 수 있게 됐고, 교육부는 마침내 지난 24일 정이사 선임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오랜 임시이사체제가 공식적으로 종식된 것이다. 빨라야 오는 5월에야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학교와 재단관계자들이 놀랄 정도로 예상밖의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모범사례 될 만한 정상화

대구대 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구 재단을 이사진에서 완전히 배제했다는 점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구 재단을 배제했다기보다는 구 재단이 참여를 거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학 재단 정상화 과정에서 구 재단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정이사 한두 자리를 배분해 오던 것과 비교하면 대구대 영광학원은 파격이라 할 정도로 구재단이 완전히 배제됐다.

당초 사분위는 영광학원 정상화를 결정하면서 영광학원과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모두 21명의 정이사 후보를 추천받기로 하고 전·현직이사협의체엔 가장 많은 11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다만 ‘전·현직이사협의체 구성원 4명 전원이 연명(합의)으로 정이사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만약 연명 추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현직이사협의체의 이사후보자 추천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舊재단 참여거부로 이사회 빠져
설립자 유족 이근용씨 중심으로
사분위, 지난달 정이사 7명 선임
2014년 파견 임시이사체제 종식

이사들 갈등 없어 학교발전 기대
자산운용 등 재단역할 집중하고
해묵은 과제는 해결책 마련 전망



하지만 수차례 추천 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전·현직이사협의체의 합의 추천에 진전이 없자 사분위는 지난 2월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의 정이사 후보자 추천 의견은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대신 전·현직이사협의체 양측(이상희·이근용 측과 박영선·함귀용 측)을 ‘그 밖의 이해관계인’으로 인정하고 관할청으로 하여금 양측으로부터 각 4인의 정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구재단 측 의사를 대변하는 박영선·함귀용 측에선 끝내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이에 사분위는 이미 추천 완료된 10인(대구대 대학평의원회 추천 2인, 대구사이버대 대학평의원회 추천 1인, 6개 특수학교 각 학운위에서 협의해 추천한 1인, 영광학원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추천 4인, 관할청 추천 2인)과 이상희·이근용씨 측에서 추천한 4인 등 모두 14인의 후보 가운데 7인을 정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영광학원 법인은 설립자 유족인 이근용씨와 대구대 구성원이 지지하는 인사들로 정이사체제를 구성하게 됐다. 대학 안팎에서는 이사진 내 내재적 갈등요인이 없어 학교운영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한편 구성원들의 의견수렴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분규 사학이 정상화하면 구 재단의 복귀로 갈등이 깊어지거나 이사진 간 알력으로 이사회가 제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대구대 영광학원 정상화는 설립자의 유지를 지켜가면서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가능한 이상적인 구도로 짜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향후 다른 분규 사학재단이 정상화 과정에서 준용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학교발전 위한 전기 마련

대구대의 이번 정상화는 학교발전을 위한 중대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정상화 과정이 다수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식으로 진행됨으로써 합리적 재단운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대구대 구성원들은 이사진 간의 알력과 대립으로 이사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다 2014년 5월 다시 임시이사체제로 돌아간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갈등구조가 내재된 정이사체제가 다시 출범하지는 않을까 내심 크게 우려했다. 이사진의 갈등과 알력으로 재단이 파행적으로 운영돼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바 있는 학교구성원들이라 재단정상화는 환영하지만 갈등구조가 내재된 이사진 구성에는 극도의 경계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

이번 정상화 과정에서 구 재단이 사분위의 정상화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사 추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학구성원이 바라던 형태로 이사진이 꾸려진 만큼 새로운 이사회에 대한 학교구성원들의 기대는 크다. 오랜 기간 재단의 파행운영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왔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다수 구성원의 시각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정이사체제가 재단분규를 종식시키고 학교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이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이사 체제로 전환된 대구대 영광학원은 앞으로 법인자산에 대한 합리적인 운영 및 학교경영에 대한 재단의 지원 등 그동안 임시이사체제로 불가능했던 재단 고유업무와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당면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학교 차원의 대응, 학교운영에 대한 혁신 등 해묵은 과제들에 대해서도 재단과 학교구성원들이 합심해 해결책을 마련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구성원들은 학교상황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사로 이사진이 구성된 만큼 한층 안정되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이사회가 운영될 것으로 많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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