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反轉(반전)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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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5   |  발행일 2019-04-25 제31면   |  수정 2019-04-25

1999년 상영된 ‘식스센스’는 죽은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어린 소년과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이 영화의 각본까지 쓴 샤말란 감독은 ‘식스센스’ 한 편으로 단박에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랐다. 영화 제목은 소년이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오감을 넘어선 또 다른 영역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주인공 말콤 크로(브루스 윌리스 분)가 유령으로 밝혀지는 장면은 영화 사상 최고의 반전(反轉) 엔딩으로 꼽힌다. 지금도 ‘식스센스급 반전’이란 말이 관용어처럼 회자되는 이유다.

영화든 드라마든 예상치 못한 반전은 짜릿한 전율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짧은 글이나 말 속에도 반전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서 사생아 에드먼드는 말한다. “사생아가 비천하다고? 사생아는 인간의 본능적 정염(情炎)을 충족시키다 태어난 존재이니, 따분한 침대에서 의무 삼아 잉태된 정실 자식들보다 낫지 않은가.” 궤변 같기도 하고 언설(言舌) 같기도 하지만, 상식과 도덕규범을 일거에 뒤엎어 버리는 반전임이 틀림없다. 반전의 함의를 녹여낸 우스개도 있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한 여인만 사랑했습니다.” 여기까진 평범하다. 뒷 문장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마누라한테 들키면 죽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반전은 허구가 아닌 현실이어서 더 드라마틱하다. 타이거 우즈의 기막힌 인생역정도 극적인 반전 스토리다. 마스터스 12타 차 우승, US오픈 15타 차 우승, 4연속 메이저 우승, 142경기 연속 컷 통과 등의 대기록을 남기면서 ‘신계(神界) 운동선수의 원조’란 수식(修飾)을 얻었던 우즈. 그리고 약물중독 폐인에서 다시 마스터스 우승까지. 반전 또는 부활이란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지난 21일 한화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맥과이어의 반전도 놀랍다. 노히트노런은 KBO리그 38년 역사를 통틀어 이번이 14번째. 그만큼 희소성이 높다. 맥과이어는 앞선 5경기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고 평균자책점이 6.56이나 됐다. 압도적인 구위도 아니었고 제구력도 신통찮았다. 그랬던 맥과이어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줄이야. 신(神)인들 예상했겠는가. 우즈나 맥과이어 같은 반전 드라마, 문드러진 우리 정치판에선 볼 수 없으려나.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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