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화려한 문구 뒤에 숨은 진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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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5   |  발행일 2019-04-25 제30면   |  수정 2019-04-25
[취재수첩] 화려한 문구 뒤에 숨은 진실
손선우기자<경제부>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전기상용차 ‘칼마토(CALMATO)’의 본질(영남일보 4월1일자 20면 보도)은 국내 첫 1t급 전기화물차가 아니다. 차체와 구동모터, 배터리 핵심 부품까지 대기업 완제품을 사들여 조립한 개조차다. 이는 원천기술의 부재를 뜻한다. 칼마토는 울산의 자동차부품업체 디아이씨가 대구시와 함께 1년간 진행한 ‘미래형 자동차 선도기술 개발사업’의 결과물이다. 사업기간은 2016년 12월1일부터 2017년 11월30일까지였다.

대구시는 디아이씨와 협약을 맺고 출연금 10억원을 지원해줬다. 디아이씨는 출연금과 9억7천만원(현금·현물)을 더해 약 20억원을 들여 소형 물류용 전기자동차 차량 제작 및 실증·인증 평가를 추진했다. 구동모터와 EV용 통합 차량제어기는 기술 개발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디아이씨는 4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해 자회사 제인모터스를 설립하고 대구국가산단의 4만212㎡ 부지를 특별분양받아 총면적 1만7천589㎡의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전기상용차 개발은 난관에 봉착했다. 부품 개발이 지연되면서 연구기간을 10개월이나 더 늘렸지만 끝내 구동모터 자체 개발엔 실패했다. 이후 전기차 판매에 수반되는 환경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평가를 거치면서 칼마토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공차 기준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5㎞로 목표 주행거리(120㎞)의 70% 수준에 그친 탓이다. 1t의 물량을 적재할 경우 주행거리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디아이씨는 환경부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최고속 급가감속, 저온주행 등 최악의 주행환경을 고려한 평가인 탓에 실제 주행거리는 121㎞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도심형 택배 배송에 최적화된 전기화물차라서, 도심 주행에서는 최대 137㎞까지 달릴 수 있다고도 한다. 일부 언론에서 부정적 시각으로 왜곡된 보도를 쏟아낸다는 게 디아이씨의 입장이다.

대구시는 디아이씨를 두둔한다. 완성차를 만든 경험이 전무한 중소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모든 정부 인증절차를 성공적으로 끝냈으면 격려를 하는 게 마땅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배터리 걱정을 하며 이 차를 몰아야 할 생계형 운전자들의 사정은 안중에 없다는 태도다.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경제 위기의 지표들 때문일까. 경제 성과의 유혹은 대구에서 유독 강하다. 대구시는 단기간에 실적을 낼 수 있는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의 대책을 강구해왔다. 이를 위해 섬유도시, 첨단의료도시, 전기차 선도도시,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선도도시 등의 문구를 붙여 포장한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는 30년 가까이 1인당 지역총생산(GRDP) 전국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례들은 대구시가 실적 과시에 얼마나 중독된지를 보여준다. 섬유·전자·자동차부품 등 기존 주력산업이 퇴조하는 상황에서 허망한 결과를 지켜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여전히 국가브랜드 대상에서 전기차 선도도시로 2년 연속 선정된 것만 내세우고 있다.손선우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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