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희의 독립극장] 너무 늦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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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4   |  발행일 2019-04-24 제30면   |  수정 2019-04-24
[서성희의 독립극장] 너무 늦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오극장 대표

2019년 2월 대법원이 ‘육체노동 가동 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나이를 5년 늘린 것으로 1989년 이후 30년 동안 유지되어온 대법원 판례가 바뀐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막 진입한 노년층은 공교육을 경험한 첫 세대이자, 풍요와 성장을 바탕으로 노년까지 자신을 위한 투자나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장수의 역습’ ‘빈곤 노인’ 등 한참 길어진 인생 후반전이 낯설고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노년은 왜 두려움의 대상일까. 돈 때문인가? 적정 노후자금이 10억원이 넘는다는 뉴스를 들을 때 안도의 숨을 내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바탕이 되는 경제력이 탄탄하면 좋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삶의 진정한 행복과 불행의 감정은 자신이 쌓아 올린 생각의 틀에 좌우되기 쉽다. 자신이 쌓아 올린 생각의 틀은 때론 사회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생각의 틀이 견고하고 높아질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틀 속에 갇혀 살면서 삶의 호기심을 잃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 틀 속에 웅크리고 앉아 생각한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삶의 호기심을 잃어 사는 게 재미가 없고 시큰둥한 분들을 위해 그리고 노년의 행복을 막 설계하려는 분에게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추천하고 싶다. 제목 그대로 인도에 있는 ‘최고로 이국적인 금잔화 호텔’로 가게 된 영국 노인 7명의 새로운 삶과 사랑과 치유에 대한 영화다. 데보라 모가치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만들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존 매든이 2012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각기 다른 이유로 힘들어하는 일곱 명의 노인이 삶의 다른 기회를 찾아 낯설고 조금은 두려운 곳으로 떠나온 이야기다.

인생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에 나이는 상관없다. 그래도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라고 한다면, 자신에게 몇 살이면 가능한지 물어보자. 그러면 대개 나이가 아니라 자신의 견고한 생각의 틀이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늘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때는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때였다고 회상한다. 자신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정해버린 적정 연령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영화처럼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럴 때 삶은 우리에게 나이 듦의 세 가지 지혜를 들려준다. 하나, 편견을 버리고 주변의 아름다움에 관대해질 것. 둘, 눈앞의 행운과 실패의 가능성을 사심 없이 받아들일 것. 셋, 무엇보다 나의 외로움과 욕망에 솔직해질 것. 이렇게 하다 보면 영화 제목에 나오는 금잔화(marigold)의 꽃말처럼 우리의 노년도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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