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모델로 쓸 이유 없어” 자신의 얼굴 통해 인간 내면 탐구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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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4   |  발행일 2019-04-24 제22면   |  수정 2019-04-24
추종완 작가 영천 갤러리 움 전시
현대인들의 일그러진 상처 담아
20190424
추종완 작

놀랐다. 쇼윈도 갤러리를 통해 다소 기괴한 그림이 먼저 반긴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그림을 걸었을까’ 영천의 ‘갤러리 움’ 이야기다. 현재 영남대 디자인미술대학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추종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 움 김윤희 대표는 “그림이 안 예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천 시민들에게 이런 그림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 역시 “동시대 미술이 폭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영천 시민들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갤러리 움은 2년 전 영천에서 생긴 화랑이다. 움은 ‘움트다’를 줄인 말이다. 대구가톨릭대에서 회화, 영남대 대학원에서 예술행정학을 전공한 김윤희 대표는 “10년 준비 끝에 갤러리 문을 열었다. 갤러리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문화사업을 한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 보다 더 많은 경험을 공유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업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 그리기를 중심으로 한 평면작을 선보였다면 갤러리 움에선 얼굴에 초점을 맞춘 사진이미지와 오브제를 섞은 설치작을 출품했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현대인의 내면의 갈등, 내면의 상처, 일그러진 내면의 자화상을, 몸을 통해 정신을 대변한다는 가정 하에 몸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방식으로 현대인의 존재적 상황을 표현한다”고 밝혔다.

작품의 얼굴 모델은 작가 자신이다.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인쇄한 다음 ‘구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작가는 “내가 동시대인인데 굳이 다른 사람을 모델로 쓸 이유가 없었다. 현대인의 이야기가 곧 내 이야기”라고 했다. 작품을 관람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 셈이다.

일그러뜨린 사진을 붙인 캔버스를 찌르고 있는 긴 막대가 인상적이다. 막대는 미술작품 디스플레이를 할 때 필요한 수평자이다. 작가는 수평자에 틀이나 구속의 의미를 부여했다. 구속에 얽매인 현대인의 표상을 표현했다. 작가는 왜곡된 얼굴을 통해 인간 내면의 진실을 탐구하고 있다. “진실하기 위해 우리는 껍질들의 행렬에서 일탈을 감행해야 한다. 껍질을 깨고 다시 날아오르는 것은 가벼워진 나의 정신이지, 남아있는 나의 몸이 아니다.”

대구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다리 조각 위에 넥타이를 거꾸도 매달아 놓은 작품도 구속과 목조임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5월4일까지. (054)338-6003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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