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調和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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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3   |  발행일 2019-04-23 제31면   |  수정 2019-04-23
[CEO 칼럼] 調和가 경쟁력이다
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18세기말 정조 임금 시절 축성된 수원화성은 견고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정조는 성곽이 견고한 것이 중요하지만, 겉모양을 꾸미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문질빈빈(文質彬彬)처럼 충실한 내용과 훌륭한 외견이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말과 궤를 같이한다. 수원화성은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제조공장 집적이라는 본래의 기능에 너무 치우쳐 한계점에 봉착한 노후 산업단지의 개조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과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고 현재도 제조업 생산·수출·고용의 핵심적 거점이다. 하지만 산업화 초기에 생산 활동을 중심으로 조성된 산업단지는 사회경제적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채 많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공장과 기반시설은 노후화로 인해 기능과 효율이 저하되고 재난 및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근로환경 또한 열악하여 생산성과 활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교통·문화·편의시설과 주차 공간은 늘 부족한 상태로 예전 모습에 비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 이러한 문제는 청년 인재들의 산업단지 취업기피 및 제조업체의 경영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년이 넘은 노후 산업단지가 대부분의 중추적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428개에 달하고, 2025년에는 520개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원화성은 성곽 건축 재료로는 최초로 벽돌을 병용하여 튼튼하게 쌓고, 다산 정약용이 발명한 거중기를 사용하는 등 당대의 새로운 지식과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각종 시설과 건축물을 지형과 조화롭게 설계·배치하여 기본적 축성 목적인 군사적 기능 강화를 선결적으로 충족시키려 했다.

노후 산업단지도 전통 제조업과 첨단 기술의 조화가 필요하다. 집적지가 지닌 강점을 십분 활용하여 혁신·창업 생태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올해 창원과 반월시화에 선정된 스마트산업단지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산학연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신산업을 창출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입주업종 및 시설에 대한 제한을 없애는 네거티브 존 도입과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신산업을 유치하고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한 창업 촉진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진력하고 있다. 노후 산업단지가 이런 기업들의 자유로운 혁신과 신산업 창출의 거점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조는 수원화성을 읍성과 산성의 기능을 모두 갖춘 성곽도시로 설계했다. 생활공간과 방어를 겸하고 정치와 상업 기능까지 갖춘 새로운 개념의 복합도시였다. 자연환경을 적절히 이용한 것은 물론 신작로도 만들어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백성들의 삶을 고려한 축성 덕분에 불모지에 가깝던 수원이 활력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노후 산업단지 역시 생산기능에 복합용도 기능을 보완한 청년친화형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구인기업들의 선호도와 달리 산업단지 내 근로자의 절반이 40대 이상이며, 청년층의 비중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우수한 청년 인재들과 이들을 성장원천으로 하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한데 모이려면 젊은이에게 매력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첨단공장, 지식산업센터, 물류시설 등 산업의 구조고도화시설 확충과 병행하여 휴폐업 공장이나 낡은 공장의 리모델링을 통해 양호한 근무여건을 만들고 노후된 기반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기숙사형 오피스텔, 아름다운 거리조성, 공동통근버스 등 근로자들을 위한 주거·편의·문화·교육시설 등 양질의 정주환경도 조성하여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적 투자를 통해 산업발전 생태계를 집적화하는 비즈니스타운 조성도 확대해야 한다. 노후 산업단지를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가꾸어야 청년들이 찾아오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 지역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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