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원격제어 앱으로 통장 털고 카드대출도 받아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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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3 07:17  |  수정 2019-04-23 07:17  |  발행일 2019-04-23 제1면
대구서 한명이 2억9천만원 피해

50대 중반의 여성 A씨(대구 동구)는 최근 하늘이 두 번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했다. 통장에 있던 돈 1억8천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데 이어 누군가 자신의 명의로 1억1천만원이나 대출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2억9천만원을 날린 것이다.

발단은 지난 3일 유명 쇼핑몰을 사칭한 소액결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면서부터다. 결제 사실이 없던 A씨는 문자메시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상대는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상담원으로 위장한 조직원은 ‘명의가 도용된 듯하다.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고 안심시켰다. 이후 경찰을 사칭한 또 다른 조직원이 A씨에게 전화아 걸어 “신고 받았다. 수사에 필요하다”며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앱)인 ‘팀 뷰어’ 설치를 유도했다. 팀 뷰어는 휴대폰 서비스센터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상적인 프로그램이기에 백신프로그램에도 잡히지 않는다.

상대가 보이스피싱 조직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한 A씨는 의심 없이 앱을 깔았고, 이때부터 휴대전화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완전 장악 당했다. 조직원들은 직접 금융기관 앱에 접속한 뒤 A씨 계좌에 있던 돈을 대포통장으로 이체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씨로 하여금 휴대전화 화면을 뒤집어 놓게 하고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일회용비밀번호(OTP) 등은 스피커폰으로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계좌가 범죄에 연루된 대포통장이니 잔액과 출금기록을 확인해야 한다”고 속인 뒤 이체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도록 유도해 예금 1억8천만원을 모두 빼 갔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원격제어 앱을 통해 A씨 명의의 카드로 1억1천만원을 대출 받는 대담성을 보였다. 카드론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원격제어 앱을 악용해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은 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은 처음”이라며 “경찰이나 금융기관에서는 수사 등을 위해 앱 설치를 유도하는 경우가 없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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