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가며 대피주민에 흉기 휘둘러…고함·비명 가득했던 새벽

  • 입력 2019-04-18 00:00  |  수정 2019-04-18
진주서 아파트 방화 후 난동…5명 사망 13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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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A씨(42)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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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 주민들이 쓰러져 있었어요. 피가 흥건한 바닥을 밟고 오들오들 떨면서 가족들과 밖으로 겨우 나왔습니다."


피의자, 자신의 집에 불 질러
출입구·주차장 등 곳곳에 혈흔
출동경찰과 15분간 대치하기도



17일 40대의 방화 난동 사건으로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정모씨(48)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정씨는 이날 새벽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에서 요란한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가족들을 서둘러 깨워 옷만 대충 입고 모두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9층에서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해 4층 복도 계단에 도착하는 순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보였다.

정씨는 “큰 아이가 동생을 업고 밖으로 내려왔는데 지금도 사건 당시 충격으로떨고 있다"며 “만약 경찰과 대치 전에 계단으로 내려왔더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몸을 벌벌 떨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현장은 공포 분위기가 여전했다. 사건 현장인 303동 출입구를 비롯해 외부 주차장 등 바닥 곳곳에는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흘린 주민들의 혈흔이 낭자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대부분 화재 직후 울린 비상벨 소리를 듣고 긴급하게 대피하려던 4∼5층 주민들이 다수 흉기에 찔렸다고 증언했다.

아파트 경비원 권모씨(73)는 “화재경보기가 울려 잠에서 깬 후 관리실로 달려가 상황을 전파했다"며 “다시 303동으로 달려가니 주민 한 명이 도로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고 아파트 입구에도 2명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에서 현장으로 달려간 경비원 강모씨(62)는 “연기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살려달라고 피를 흘리는 주민 모습이 곳곳에 있어 너무 참혹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 김모씨(54)는 “303동 아파트가 연기에 휩싸인 후 주민들의 비명이 가득했다"며 “이후 피를 흘린 주민이 보였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현장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 최모씨(72)는 “새벽에 고함과 비명이 뒤섞여 나면서 303동 아파트에 불이 났다"며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고 곧 소방차가 출동했다"고 말했다.

303동에 사는 주민 2명은 넋을 잃은 채 아파트 바깥에서 사건 현장을 바라봤다.

이 아파트는 10층짜리 복도식 임대 아파트로 승강기와 복도 출입구가 한 곳뿐이다. 사건이 발생한 303동 아파트는 15평, 20평짜리 2개 구조가 함께 있다.

A씨(42)는 불을 지른 4층 복도식 계단 등을 오가며 대피하던 주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A씨가 방화한 후 인근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관 2명과 15분가량 대치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현장을 통제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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