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다, 우즈의 신화 2부가 시작될 줄은…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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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6 00:00  |  수정 2019-04-16
마스터스 그린재킷 입은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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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미국)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제패한 후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재킷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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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15일 PGA 투어 마스터스 우승 후 가족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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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2008년 US오픈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하더라도 다음 메이저 우승이 2019년에 나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우즈는 이날 우승을 확정한 뒤 “처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1997년에는 아버지와 함께였는데 지금은 내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US오픈에서 우승한 2008년 이듬해인 2009년은 우즈의 악몽이 시작된 시기다. 그해 11월 우즈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그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스웨덴 출신 모델 엘린 노르데그렌과 2004년 결혼, 딸과 아들을 하나씩 둔 행복한 가장의 이미지였던 그는 불륜 관계를 맺었던 여성들이 줄지어 언론에 등장하는 바람에 슈퍼스타에서 한순간에 변태성욕자로 추락했다.

US오픈 이후 메이저 첫 우승
스캔들·부상악재 발목 잡히다
이번에 전성기때 기량 되찾아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 가시권
1위 니클라우스와 단 3승차이

결국 2010년 노르데그렌과 이혼한 우즈는 그해 마스터스를 통해 필드에 복귀, 공동 4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세기의 섹스 스캔들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부상이 우즈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무릎 수술을 받았던 우즈는 2014년 초 허리 수술로 인해 그해 마스터스에 불참했다.

허리 수술은 이때 한 번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2015년과 2016년, 2017년 등 총 네 번이나 받아야 했다. 2015년 마스터스 공동 17위 이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에 모두 컷 탈락한 뒤 부상으로 인해 사실상 선수로서 활동을 중단했던 2016년과 2017년은 우즈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간이다. 2017년 5월에는 자신의 차 운전석에서 잠들어 있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우즈는 음주운전 혐의는 벗었지만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약에 취한 우즈’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까지 달아야 했다. 우즈는 “허리 부상, 불면증 등의 치료를 위한 처방약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결국 벌금 250달러, 1년간 보호 관찰, 사회봉사 50시간의 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십을 제패, 2013년 8월 이후 5년 만에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고, 브리티시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며 재기 가능성을 밝혔던 우즈는 이번 대회 개막 이전에 미국골프기자협회(GWAA)가 주는 ‘벤 호건 어워드’를 받았다. 이는 남녀 골프 선수 가운데 가장 인상적으로 재기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타이거 우즈가 잭 니클라우스(79·이상 미국)의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은 우즈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까지 골프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던 소재였으나 우즈가 침체기 접어든 2009년 이후로는 질문 자체에 큰 의미가 없어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우승 횟수를 15로 늘리면서 다 끝난 줄 알았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니클라우스는 현역 시절 메이저대회에서 18승을 달성, 현재 우즈에 3승을 더 앞서 있다. 여느 선수라면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메이저대회 우승이지만 일단 ‘골프 황제’ 우즈라는 점에서 메이저 3승을 추가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우즈가 이번 대회에 보여준 경기력은 전성기를 방불케 한다. 나흘간 버디 22개를 잡아 25개의 잰더 쇼플리(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버디를 기록했고, 그린 적중률은 80.56%(58/72)로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80%를 돌파했다.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94야드, 44위로 중위권이었지만 정확한 아이언샷으로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냈다. 1타 앞선 최종 라운드 16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 1.2m에 가져다 놓고 2타 차로 달아나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장면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에 다시 메이저 우승의 시계를 돌리기 시작한 우즈지만 역시 변수는 세월이다.

40대 중반이 된 그도 흐르는 세월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우즈의 우승은 1986년 니클라우스가 46세로 정상에 오른 것에 이어 마스터스 사상 최고령 우승 2위 기록에 해당한다.

US오픈의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90년 헤일 어윈(미국)이 세운 당시 나이 45세다. 마스터스에 이어 열리는 다음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은 1968년 줄리어스 보로스(미국)의 48세, 브리티시오픈은 톰 모리스(스코틀랜드)가 무려 1867년에 달성한 46세가 각각 최고령 우승 기록이다.

따라서 44세인 우즈가 메이저 3승을 추가하려면 어떤 대회가 됐든 거의 최고령 우승 기록에 근접하는 노장 투혼을 발휘해야 한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점은 우즈가 1975년에 태어났지만 12월30일생이라 엄밀히 따져서는 현재 43세4개월로 만 44세가 되려면 아직 꽤 남았다는 사실이다.

한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일반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은 샘 스니드(미국)의 82승이고 그다음이 우즈의 81승이다. 이 부문은 우즈가 올해 안에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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