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의 대학 입시 로드맵] 대입, 이젠 숨고르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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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8 07:40  |  수정 2019-07-01 07:55  |  발행일 2019-04-08 제16면
20190408

4월, 꽃샘 추위도 이제 끝났고 어느새 벚꽃은 피었다. 기온도 적당해서 어디 산책이라도 가야 할 것 같다. 봄이 왔다. 이 말은 곧 수험생에게는 위기라는 말이다. 예전에 썼던 칼럼에서 말한 적이 있다. 평균 기온이 올라가는 만큼 수험생들은 흔들린다고.

그러잖아도 오늘 한 부모님이 급하게 상담을 신청했다. 아이가 갑자기 학교 가기가 싫다고 하고 잘 다니던 학원도 쉬고 싶다고 한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 학생은 뒤늦게 2학년 겨울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겨울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공부하는 곳에도 가보았고 공부할 때는 휴대폰을 끄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얼마 전 치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성적이 많이 올랐고 부모님은 나름 기대를 하게 됐는데 아이가 갑자기 모든 것을 힘들어 하니 많이 당황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부모님의 입장,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당황스러울 만하다. ‘이제 겨우 시작했는데, 아이의 능력은 충분히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이렇게나 많이 했는데, 겨우 이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는데, 아직 저만큼이나 남았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만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를, 그것도 그 재미없는 입시 공부를 아무도 놀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했다. 이것만으로도 참 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모두들 어려워하는 3월 학평도 잘 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런데 3월 학평이 겨우 첫 단추라고 하니 11월은 너무나 멀고 길게만 느껴지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의욕 상실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부모님에게 말했다. 일단은 조금 쉬게 하라고. 어쩌면 지금 그 학생은 양동이 바닥을 겨우 채운 물을 바가지로 억지로 긁어서 퍼내고 있다는 느낌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물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며 조금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부모님은 ‘그러다 지금까지 겨우겨우 올린 것을 다 까먹을까 걱정’이라고 할 것이다. 상담을 온 부모님도 그랬다. 하지만 아이가 자신이 쌓아올린 것의 의미를 안다면 물을 채우려 다시 시작할 것이다.

등산을 하다 지치면 자리에 앉아서 쉬게 마련이다. 이때 올라가던 길을 계속 보고 있으면 아직도 갈 길이 저렇게나 남았나 싶어 맥이 빠지고 산 정상을 올려다 보는 고개만 아프기 마련이다. 이때는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만큼이나 올라왔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뿌듯함을 느낄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이 학생도 잠시 호흡을 고르면서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나 성취했는지를 확인한다면 다시 배낭을 멜 용기가 생길 것이라 말해 주었다.

낮이 참 따뜻하다. 그만큼 수험생은 힘이 든다. 잠시 쉬어가도 좋다. 하지만 아예 주저 앉지는 말기를 바란다.

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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