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푸드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 문경 ‘알콩달콩’ 김성식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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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9   |  발행일 2019-03-29 제41면   |  수정 2019-03-29
17년간 고속도로 휴게음식점 잘나가는 주방장, 고향 돌아와 두부 핸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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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에서 요리사의 첫 발을 디딘 김성식 조리기능장. 그는 17년간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한식당 메뉴라인의 신지평을 열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2014년에 오픈한 코스식 두부 전문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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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은 두부죽에서부터 두부완자까지 7~8가지 각종 두부요리를 코스식으로 내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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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로 된 간수를 사용해 부들부들한 두부와 순두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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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타리, 표고, 새송이, 팽이, 백목이버섯 등 모듬버섯에 두부를 넣어 끓인 두부버섯전골. 지역 주당들에겐 속풀이 해장국으로도 사랑받는다.

문경의 대표적 두부 전문 한식당인 ‘알콩달콩’의 오너셰프 김성식씨(49). 그의 아버지는 2018년 4월 문을 닫은 문경 쌍용시멘트공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3년 정도 탄광 사택에서 살았다. 책보다 현실을 늘 사부로 섬겼다. 수원전문대 기계과 시절, 학교 앞 분식점과 오산 시외버스터미널 앞 로마레스토랑 등에서 셰프로서의 첫 닻을 내린다. 제대한 뒤 한양대 안상 캠퍼스 앞에서 ‘별망성’이란 감자탕집을 오픈한다. 푸짐하게 줬지만 생각보다 장사가 덜 됐다. 감자탕만 알아선 곤란했다. 요리도 중요하지만 홀 관리, 재고관리 등은 넘어야 될 큰 산이었다. 그땐 누구나 다 그랬듯 IMF외환위기 때문에 주저앉았다. 빈털터리가 된다. 갓 결혼한 아내와 오갈 데가 막막했다. 백기를 들고 아버지가 있는 수원 본가로 피신했다. 요리근육을 더 단련시켰다. 한식·일식·양식·중식·복어·제과제빵 등 요리자격증을 닥치는 대로 취득했다. 2014년 꿈에 그리던 조리기능장이 될 수 있었다.

식판→개인용 뚝배기, 철판요리 도입
고속도로 음식점 파격 메뉴라인 구축
안동 헛제삿밥·간고등어 새롭게 변형
매출 급증 휴게음식점 ‘미다스의 손’

‘고향에서 뼈를 묻자’
문경과 두부 매칭, 주부 70%가 선호
지역농민과 계약, 年 4t 분량 콩 매입
두부죽·수프·순두부 코스 메뉴 라인
가루 간수로 부들부들한 순두부 조리
모듬버섯 두부전골 주당 속풀이 별미


고속도로 휴게음식점의 전설

그는 후배들로부터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 한식당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맨처음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에 도전장을 냈다. 당시 주방 관계자만 34명이 포진돼 있었다. 그는 나름 실력을 인정받아 셋째로 높은 직급을 받고 주방에 투입된다.

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에서 평균 5년 단위로 입찰을 통해 한 업자에게 통째로 임차한다. 도로공사는 POS관리를 통해 전국 휴게소의 총매출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업자는 통상 도로공사에 매출액의 일정액을 수수료 명목으로 준다. 핫플레이스 휴게소의 매출은 상상을 초월한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금강 등이 전국 최강 휴게소였는데 이젠 아니다.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천안 위쪽, 기흥·안성·망향·입장·죽전 등이 초대박 상태. 서해안고속도로는 행담도휴게소, 영동고속도로는 덕평휴게소가 파워풀하다. 고속도로 음식점은 그것만의 특별한 제약조건이 있다. 느긋하게 고급스러운 요리를 만들 겨를이 없다. 불과 30분 남짓한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셰프들은 할 수 없이 미리 완성된 음식을 마련해놓고 계속 불을 주입해 열기관리만 한다. 자연, 식재료가 흐물거리고 쩐내가 감돌 수밖에 없다.

초창기 먹을 만한 메뉴는 우동, 김밥, 국밥, 호두과자 정도였다. 그는 거기 음식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어 고품격 푸드라인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당시 휴게소에선 파격적인 철판요리를 도입했다. 거기서 김치볶음밥과 불고기볶음밥을 론칭했다. 또한 된장, 순두부, 불고기 등을 획일적인 식판이 아니라 개인용 뚝배기에 담아주었다. 판단이 적중했다. 단번에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경기가 수원에서 열릴 때 그는 중앙고속도로 서울방향 안동휴게소 주방장으로 스카우트된다.

안동·선산휴게소 주방장

당시 안동휴게소 단위 매장은 모두 35개. 가장 핫한 곳은 단연 한식당이었다. 8명의 조리사가 관리를 했다. 그는 거기서 안동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간고등어가 들어간 7천원짜리 ‘헛제삿밥’을 휴게소 사정에 맞게 갈무리해서 팔았다. 2002년 이와 관련해 고속도로 휴게소 맛경연대회에 출품, 1등을 차지한다. 안동댐 근처에 있는 헛제삿밥 전문 식당인 ‘까치구멍집 ’메뉴를 벤치마킹했다.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거기에 너무 매몰되면 모두 쉬 지쳐버리고 메뉴라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하루 50인분만 한정판매했다. 헛제삿밥은 일종의 미끼상품인 셈. 지금은 작고한 안동간고등어의 대표적 모델로 유명한 간잽이 이동삼씨가 꾸려가는 간고등어 집 메뉴를 새롭게 변형해 팔았다. 휴게소 음식점은 늘 전장이었다. 일반 식당보다 두 배나 더 고되다. 어느 정도의 손님이 밀어닥칠지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탓도 있다. 주방장은 야전사령관처럼 그날 정국 상황, 그리고 음식파동 유무, 기상이변 유무, 주말과 평일, 휴가철, 명절연휴 등에 맞는 식재료 준비와 홀 동선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집에도 제대로 가지 못한다. 휴게소 2층에 마련된 숙소에서 생활했다. 휴게소 조리사는 늘 인원 폭증에 대비해 평균 3일 분량을 미리 조리해 냉장고에 보관해야만 한다.

고속도로 음식점은 다중이용공간이기 때문에 관계당국이 365일 24시간 체크를 할 수밖에 없다. 조리사들로서는 이게 가장 죽을 맛이다. 툭하면 위생점검이다. 도로공사는 물론 식약청, 심지어 관할 시군 위생과에서도 위생을 체크한다. 자연, 일반 음식점은 물론 호텔 주방의 위생상태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린구역이 고속도로 음식점이다.

2005년부터 휴게소 식당 직원들은 모두 플라스틱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걸 오래 착용하면 고무줄의 탄력 때문에 귀가 아프다. 그래서 다들 느슨하게 해서 고무줄이 귀에 걸리게만 해놓는다는 것도 여기에서 일해야만 알 수 있다.

한증막 같은 하절기. 직원들은 사선을 넘나든다. 에어컨을 틀면 될 것 같은데 되레 더 덥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허리 위로 돌던 냉기를 허리 아래 하반신에만 냉기가 노출되도록 하방형 에어컨을 장착한 것.

직원들은 맘대로 담배도 못 피운다. 특히 김밥 담당자는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때 나무젓가락을 이용한다. 조리사를 괴롭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바로 ‘식파라치’다. 기흥휴게소에 있을 때였다. 한 악성 식파라치가 음식에 의도적으로 이물질을 넣고는 능청스럽게 그걸 빌미로 30만원을 요구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식파라치는 다음 안성휴게소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어갔다. 그는 그 사실을 확인했다. 재빨리 다음 망향휴게소 주방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의를 촉구했다. 결국 그 식파라치는 쇠고랑을 찰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운전기사는 ‘슈퍼갑’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맙다는 의미로 담배 한 갑 정도를 선물로도 줬다. 물론 밥은 무료. 2009년 기사 전용 식당이 오픈된다. 보통 반찬은 6가지 이상,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도 마련한다. 그 이후 샤워시설과 캡슐룸 등을 갖춘 화물차 전용 휴게소가 생겨난다.

그는 2005년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로 또 스카우트된다. 그는 거기서 9년을 머물렀다. 그는 그 무렵 나름 휴게음식점의 ‘미다스의 손’이었다. 가는 곳마다 매출이 평균 15%씩 뛰었다. 그가 휴게소 가판대에 숨어 있는 재밌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통상, 화장실을 중심으로 바로 옆에 고매출 부스가 포진한다. 인기순위는 오징어·핫바·호두과자 순.

17년 경험 앞세워 두부집 오픈

17년간 계속된 고속도로 주방장 시절. 그에겐 귀중한 경험이자 경력이 된다. 초창기엔 기다릴 줄 모르고 빨리만을 외치던 그 손님들이 이제는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게 됐다. 먹거리도 일천했는데 이제는 과다할 정도로 먹자판이다. 이용객의 의식도 점차 고양됐다. 이젠 상당수가 ‘여행자마인드’를 갖고 있다. 세계 최고의 화장실 관리시스템,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다양한 커피숍 등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그는 비빔밥·뚝배기·국밥·튀김·우동류의 메뉴라인이 제대로 굴러가도록 모니터주문시스템도 도입했다. 종이로 된 주문지를 주고받을 때와는 판이할 정도로 메뉴관리가 스피디하게 굴러간다.

어느 날 고향이 다가왔다. 그는 종손이다. 홍수 상태의 영강에서 쏘가리낚시를 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다살아났다. 오른쪽 팔이 박살이 났다. 갑자기 조상이 생각났다. 그래서 곧바로 사비를 들여 상석 10개를 마련해주었다. 그러면서 1999년 시흥휴게소에서 처음 선보였던 순두부 생각도 했다. ‘고향에서 뼈를 묻자’고 다짐하며 2014년 10월에 귀향을 위한 식당을 오픈했다. 과연 두부가 문경에 어울릴까. 설문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었다. 당시 지역의 40~50대 주부를 대상으로 질문을 했다. 70%가 두부를 선호했다. 단번에 ‘알콩달콩’이란 딱 맞는 상호가 떠올랐다. 그 옆에 ‘콩가루(콩家樓)’라는 재밌는 이름을 가진 정자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지지자와 함께 식사를 하고 갔다. 콩농사까지는 무리였다. 이제는 호계면 별암리 등 지역 농민과 계약을 해서 매년 4t을 매입해온다. 두부는 특성상 단품요리로 만드는 게 늘 아쉬웠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1인분 1만4천원짜리 코스식 두부메뉴라인을 짰다. 두부죽, 수프, 순두부, 머위주먹밥, 포두부샐러드, 두부완자, 두부김치, 두부전골 등을 연결했다. 두부한테도 성을 부여했다. 남두부에는 사군자탕과 검정깨, 여두부에는 사물탕과 당근을 첨가했다. 느타리, 새송이, 만가닥버섯, 황금팽이, 팽이버섯, 백목이버섯 등 모듬버섯이 들어간 두부전골도 별미다.

간수는 늘 복병이었다. 처음에는 물간수를 사용했는데 두부가 너무 거칠어졌다. 그래서 가루로 된 간수를 사용했더니 부들부들해졌다. 순두부를 모판에 넣고 모두부를 만들 때 너무 지체하면 두부가 맛이 없어진다. 5분 정도만 눌러준다. 처음부터 그 시크릿을 알 순 없다. 시행착오를 통해 알았다.

이 방식 역시 정답은 아니다. 어촌와 산촌, 그리고 섬마을의 두부 만드는 법도 제각각. 그래서 제철 즉석음식 앞에서는 누구나 항상 겸손하고 성실할 수밖에 없다. 월요일은 3시까지만 영업. 문경시 호계면 별암리 312-8. (054)553-3339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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