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中企보다 매출만 큰데 대출 규제 많아”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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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6 07:42  |  수정 2019-03-26 07:42  |  발행일 2019-03-26 제17면
지역 자동차부품사 대표들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요청
산업특성 맞는 지원 요구도

“신차를 개발하는데 약 2년의 시간이 걸린다. 협력사들은 1년 전에 모든 설비를 갖춘다. 신차 매출이 나기 전에 투자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산업 특성에 맞는 선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 (구준모 일지테크 대표)

“정부의 자금 지원 정책이 중소기업 위주다. 중견기업은 매출이 좀 더 크다는 것 말고는 중소기업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자금 대출은 중소기업에 비해 더 많은 규제를 받는다. 중견기업에 대해 신경써 달라.”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

25일 경산의 자동차부품업체 일지테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난 지역 자동차부품사 대표들이 쏟아낸 요청들이다. 지난 21일 미래성장성과 자본시장 중심으로 금융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신금융 비전’을 발표한 이후 최 위원장이 첫째로 찾은 산업현장 간담회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 위원장과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권인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산은·기은 지역본부장을 비롯해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이 참석했다. 자동차부품사 기업인들은 구준모 일지테크 대표,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 정서진 화신 대표, 손석현 성진포머 회장 등이 함께했다.

최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오는 29일부터 본격 가동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향후 3년간 자동차 부품업체에 1조원 규모의 장기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도 신용보증기금의 도움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조달한 자금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정서진 화신 대표는 “지난해 자동차부품사의 대출 연체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다. 아직 자동차부품사들이 죽지 않은 것이다. 어렵다고 해도 여전히 생산하기 바쁘다.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피(자금)만 있다면 성장할 여력이 있다”면서 “다만 자금 조달에 있어서 중견기업의 위치가 애매하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아니라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처한 것이다. 중견기업을 위한 자금 지원 규모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손석현 성진포머 회장은 금융계의 신용등급 조정과 관련해 “곧 기업 재무제표가 공개되면 신용등급이 상향되기보다는 하향 조정될 업체가 많고, 수익이 적자로 반전될 업체가 수두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계는 금리인상부터 한다. 업체 입장에선 ‘설상가상’이다.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시중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다보니 이자를 높게 받게 된다. 하지만 시장 원리에만 맡길 수 없어 정책금융기관들이 뒷받침한다”면서 “정책금융기관 전체적으로 국내 은행의 자동차부품사 신용도가 크게 줄지는 않았다.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많을 때도, 적을 때도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금 지원정책에서 중견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최 위원장은 “자금을 지원하는 데 있어 중견기업이 후순위는 아니다. 혁신성과 성장가능성을 가늠해 공정하게 평가하고, 중견기업이 정책 지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신경쓰겠다. 수요만 충분하다면 자금 지원 규모를 5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고 답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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