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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시대, 대구경북 프로젝트 .9]개성공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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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문기자
  •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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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발서 멈춘 개성공단…“4차산업 유치 첨단단지로 새판짜라”

개성공단 야경. 국내 기업이 기반공사를 해 한국의 여느 공단과 별차이 없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생산에 몰두 중인 북한 근로자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 이행 대가로 개성공단(개성공업지구)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정도를 기대했으나 현실화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리게 됐다. 비핵화 로드가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문제임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무튼 대북제재 해제 때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개성공단이다. 북핵으로 인해 가동 중단된 개성공단의 재개는 남북경협 부활의 신호탄이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제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북경협 상징…미완의 공단
3단계 개발 중 1단계에서 중단
실질 가동기간 만 11년3개월
북미협상 결렬로 재가동 난관

개발지체되면서 주변환경 변화
베트남 등 국제적인 산단 조성
스마트팜·신소재·의료 ICT 등
혁신적 방향으로 전략 바꿔야


◆경협의 상징

개성공단 조성 사업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 후 발표한 6·15선언의 정신에 따라 추진됐다. 그 해 8월9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김 국방위원장은 북한 개성직할시에 약 2천809만9천174㎡(850만평)의 공단과 약 3천801만6천529㎡(1천150만평)의 배후 공단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토지이용권을 한국 측에 장기 임대하고, 한국 측은 각종 사업권을 확보해 자유경제지대 투자환경을 조성한 뒤 국내외 기업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2002년 11월 북한이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하고, 2003년 6월30일 개성 현지 1단계지구에서 역사적인 착공식이 열렸다. 2004년 6월에는 9만3천㎡의 시범단지 조성이 완료되고, 그해 12월 처음으로 생산품이 반출됐다. 1단계 개발은 2007년 완료됐다.

개성공단은 최초의 남북합작 공단으로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북한의 토지·인력과 한국의 자본·기술이 결합된 민족공동번영의 시범사업 공간이기도 하다. 남북한 간 군사적 대치와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공동번영을 지향한 최초의 평화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남과 북이 가진 경제요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공업단지로 개발시켜 보자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남북이 평화의 제도화를 위해 경제협력이라는 방식을 채택한 최초의 협약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남북의 기업가 및 노동자가 60년 이상 이어진 분단구조에서 제한된 공간이나마 같이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장소였다.

◆탁월한 성과

개성공단의 실질 가동기간은 첫 생산품이 반출된 2004년 12월부터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폐쇄가 결정된 2016년 2월까지다. 만 11년3개월 정도다. 입주기업은 2005년 18개 업체에서 점차 확대돼 2015년 12월 말에는 125개사에 이르렀다. 생산액도 2005년 1천491만달러에서 2015년 말 5억6천329만달러로 급신장했다. 누계 생산액은 32억3천303만달러에 이른다. 한국 근로자는 2005년 507명에서 2015년 820명으로, 북한 근로자는 6천13명에서 5만4천988명으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평균 5년 기업생존율은 유럽 5개국(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이 42%이고 우리나라는 27% 정도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무려 99.9%를 보였다. 또 베트남 등 저임금 동남아국가로 진출한 기업에 비해서도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면에서 월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개성공단은 이 같은 수치적 실적 외에도 많은 질적 성과를 남겼다. 한국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토지·노동력이 결합된 경협은 상생의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성장 지체에 빠진 한국과 기술·자본 유입이 절실한 북한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북한의 시장경제체제 도입 실험장으로 톡톡히 역할을 했다. 북한으로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경제개방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주요 지표를 제공받게 됐다.

◆미완의 공단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미완이다. 원래 사업 완료 시점은 2010년으로, 1단계 330만5천785㎡(100만평)와 2·3단계 2천479만3천388㎡(750만평)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체 3단계 개발계획 가운데 1단계까지밖에 나아가지 못했다. 1단계에선 봉제, 신발, 가발 등 노동집약적 업종에다 중소기업에 우선 분양됐다. 남북경협 기반 구축의 목표를 갖고 진행된 것이다. 2~3단계 사업은 질적으로 다르게 계획됐다. 2단계 사업은 공단면적 5㎢에 배후면적 3.3㎢ 규모로 기계·전기·전자 등 기술집약적 업종이 입주할 예정이었다. 수도권과 연계 개발해 개성공단을 세계적 수출기지로 육성할 방침이었다. 3단계 비전은 더 원대하다. 공단면적 11.6㎢, 배후도시 규모 6.6㎢로 IT·바이오 등 첨단산업분야 복합공업단지 조성이 목표였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유명기업을 유치해 개성공단을 동북아 거점 공단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 남북 군사대치 등 불안한 남북관계와 퍼주기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개성공단은 겨우 1단계 사업만 완료한 채 명맥만 이어오다 2016년 2월 폐쇄됐다. 결과적으로 개발면적은 전체 계획 대비 5%, 입주 업체 수는 계획의 6% 내외에 불과한 미완의 공단이었던 것이다. 개성공단은 또 당초 남북 합의와 달리 3통(통신·통관·통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정치·군사적 대치로 인한 돌발 규제 및 임시 가동 중단으로 안정된 운영에 한계를 보였다.

개성공단 제품은 최혜국 대우 및 일반 특혜관세 적용 등의 제외로 해외 수출과 외자 유치에 불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다만 한-싱가포르 등 FTA 체결 국가 가운데 5개국에서 한국산으로 인정돼 관세혜택을 받고 있다. 원산지 규정에 의해 미국과 일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개성공단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전략물자 통제 규정)로 인해 고성능·정밀기계 제품의 반출이 제한돼 있다. 이는 고부가가치 공단으로의 발전을 가로 막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1단계 사업에서 멈춘 것도 미국이 전략물자 통제 규정을 적용하는 바람에 노동집약적 기업이 입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동북아 거점 공단

가까운 시일 내 개성공단 재가동 방침이 정해지면 즉시 가동 가능할 정도로 북한은 개성공단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국내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이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보다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것도 유효하다. 저임금, 노동집약적 기반 산업에는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거대 국제자본을 유치해 고부가가치의 동북아 거점 공단으로 성장하는 데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개성공단 개발이 지체되는 사이 주변국에는 개성공단을 능가하는 국제적인 산업단지가 속속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베트남, 중국 등 주변국은 이미 단순 공단 차원을 넘어 산업클러스터 또는 생태·관광·산업·문화가 어우러진 단지 개발에 착수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 만큼 개성공단도 혁신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동북아 첨단산업단지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같은 여건 변화를 고려해 개성공단을 동북아거점공단으로 개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구상이 연구·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해 개성공단 미개발 지역에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개발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태양광·전기자동차 등 친환경기술분야, IT·BT·융복합산업·바이오농업·스마트팜·의료ICT·신소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국내외 자본의 투자 유치, 문화 및 생태단지 조성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 등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짜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은 서울에서 60㎞, 평양에서 160㎞ 거리에 있는 한반도 중심축에 있다. 또 북방경제권으로 보면 동북아 경제의 핵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환황해축 중심인 데다 동아시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동북아 물류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이 가진 남북경협의 상징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27개 경제특구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공단으로 개발해 남북한 모두에 낙수효과를 줄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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