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항을 더이상 지진도시로 낙인찍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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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9 00:00  |  수정 2019-02-19
20190219

“어휴, 또 지진이가?”
 

지난 10일, 건물이 흔들린다는 느낌에 자연스레 흘러나온 말이다. 휴대폰으로 강한 진동이 오고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긴급 재난, 포항 앞바다 50㎞ 떨어진 해저 20㎞에서 진도 4.0규모의 지진 발생’이란 문자를 확인했다. 소리와 문자에 불안이 엄습해왔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4.0지진이긴 하지만, 육지에서의 지진 강도와 비교하면 기상청에서는 알리지 않는 2.0 이하 지진인 듯했다. 물론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긴급재난을 알리는 진동과 문자에 더욱 놀랐다. 흔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증상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포항시민 다수가 겪는 증상이리라.
 

아들에게서 “자동차 운전 중이라 지진을 못 느꼈는데 괜찮냐”는 전화가 왔다. 이날 포항 시민 다수는 외지에 사는 지인들로부터 지진에 따른 피해 여부를 묻는 안부전화와 문자를 많이 받아 지진의 후유증을 실감했을 것이다.
 

중앙방송사는 지진에 대한 뉴스를 일제히 내보냈다. 방송사의 보도프레임은 거의 동일했다. 포항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했지만 재산과 인명 피해가 없고, 1년 전에 발생한 지진(2017년 11월15일 5.4지진을 비롯한 4.1 지진)과 관련이 없다는 기상청 발표를 알리면서 포항시민이 지진에 불안해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방송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진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포항지역에 5.4 지진 이후 축적된 응력의 영향이며, 지진 발생가능성이 있다고.
 

방송보도가 전 국민에게 전달되자 문자와 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속보에다 뉴스로 호들갑을 떠는 통에 걱정 어린 전화를 받느라 짜증이 날 지경입니다” “오늘 이후로 집값 떨어지는 소리가 또 들립니다”는 등 포항의 현실을 실감나게 표한 문자도 있다. “지진보다 포항경기, 집값 하락이 더 무서운 밤입니다” “포항시가 지진도시라 낙인찍힐 텐데 내일 당장 지진연구단이 성명서라도 발표하라”는 전화도 있었다.
 

포항시민 다수는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을 감지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외지인과 중앙언론사들이 포항시민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언론사는 ‘지진도시’로 오명을 씌우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인구유출을 촉발시키고, 도시재생을 노력하는 시민들에게 찬물을 붓는 역할을 했다.
 

중앙언론사와 학자에게 묻고 싶다. 언론사가 지진 사안에 관해 기사화할 수 있다. 시민의 불안을 보도해야 하지만, 다수 시민들은 실제 감지하기 어려운 지진이었음을 알려야 했다. 일부 방송사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향후 지진발생 위험도 인식시켰다. 포항시민이 보기에는 ‘뻔한 내용’이다. 2016년 9월에 5.8 경주지진의 응력이 쌓여 5.4 포항지진이 발생했고, 이번에 4.0 해양지진도 발생했으니 향후에도 지진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지진 발생이 한달 뒤냐, 10년 뒤냐 어떤 구체적 기간을 언급하지 않고 ‘막연한 예측’만 하는 형식이다. 이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보다 훨씬 책임없는 담론이다.
 

다른 전문가는 포항지역의 지하구조 특성에 의거, 해상에서는 4.0 지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열발전소에서 지하에 물투입을 하지 않으면 포항은 ‘거대지진’이 발생할 수 없는 안전도시라 한다. 지진이 발생한 도시라면 지열발전소가 입지할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자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언론사는 관행인 균형보도를 왜 하지 않는가. 언론사와 학자는 포항시민에게 도움을 주질 못할망정 불안을 부채질하지 말라.

 양 만 재  (경북도 장애인옹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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