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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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9   |  발행일 2019-02-19 제30면   |  수정 2019-02-19
5·18민주화 논란대상 안돼
그런데도 왜곡 왜 반복하나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 존재
거짓주장은 보호대상 제외
정치인, 말과 행동에 책임을
[3040칼럼] 말의 무게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지난 2월8일, 5·18 민주화 운동 관련 공청회에서 김진태·김순례·김종명 의원의 믿을 수 없는 발언이 있었다. 한 주가 지난 지금까지 해당 발언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리얼미터의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서 4주 연속 상승하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하락해 20% 중반대로 내려왔다. 대구 경북, 부산 경남, 60대와 20대, 학생과 노동자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한다. 15일 발표된 갤럽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곧 실시될 전당대회로 미디어의 관심을 받으며 컨벤션 효과를 누려야 하는 현 시점에서, 한국당의 지지율이 왜 내려간 것일까? 이유는 명확하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모습 때문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수차례에 걸쳐 국가차원의 조사와 평가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를 대부분의 국민이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구 경북과 부산 경남의 지지율이 하락한 사실과 60대와 20대의 지지율이 떨어진 결과는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지역과 세대를 넘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력에 ‘젬병’인 정치권에서도 망언의 당사자가 포함된 한국당을 제외하면 이번 이슈에 대해서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은 정치의 문제가 아님을 국회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정치인들의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왜곡과 거짓주장은 반복되는 것일까.

5·18 망언 사건 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 발언은 심각한 오류에 빠져 있다. 첫째, 사실은 사실일 뿐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 ‘나는 어제 점심을 먹었다’라는 사실에 대해 참/거짓 판단은 가능하나, 점심을 먹었다는 ‘사실에 대한 해석’, 즉 ‘사실에 대한 다른 관점’은 있을 수 없다. 둘째,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물론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타인 혹은 사회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며, 이 경우 표현의 자유는 제한받을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가장 높은 자유의 가치라 생각하고 수정헌법 제1조에 포함시킨 미국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언제나 옳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대법원 판례를 통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이해할 수 있는데 사실에 대한 거짓주장, 무법행위를 조장하는 자극적 표현, 싸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격적인 표현은 보호받지 못한다. 자유한국당 김순례·김종명·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사실에 대한 거짓주장’이고, ‘갈등을 야기하는 발언’이며,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법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즉 다양한 해석이 허용될 수도 없을뿐더러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말인 것이다.

문제 발언의 당사자들에 대해 한국당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자체적으로 징계했다. 여기에서 김종명 의원만이 징계를 받았을 뿐 김순례 의원과 김진태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로 인해 징계가 미뤄졌다. 또 김종명 의원의 경우 역시 당에서 제명을 당하더라도 국회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으니, 이조차도 충분한 징계로 여겨지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항상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반인의 말과는 달리 정치인의 말은 언론과 미디어를 메신저로 사회 곳곳에 배달된다. 그렇게 전해진 메시지는 세상에 변화를 불러오기도 할 만큼 파급력이 크다.

올바른 정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책임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 유권자는 정치인에게 그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혹은 정당이 그들의 책임에 대해 까맣게 잊었다면 유권자가 그 책임에 대해 반문해야 한다. 그리하여 중요한 사회적 메신저로서 존재하는 자신들의 말 한 마디에 얼마나 큰 무게가 실려 있는지 일깨워줘야 한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말의 무게를, 그들도 배워야 한다.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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