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결국 ‘문재인공항’인가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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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8   |  발행일 2019-02-18 제30면   |  수정 2019-02-18
[하프타임] 결국 ‘문재인공항’인가

아무리 곱씹어봐도 ‘문재인공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부산시의 바람대로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누가 뭐래도 문재인공항으로밖에 볼 수 없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며 10여년을 끌어온 주민숙원사업이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시작해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추진될 것 같다가도 없던 일이 되길 반복했다. 박근혜정부 때 대선공약으로 채택되면서 불씨를 살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내린 것이 2016년 6월, 그러니까 정확히 2년9개월 전의 일이다. 물론 당시에도 입지를 놓고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 4개 시·도와 가덕도를 고집한 부산시 간 한 치의 양보없는 유치경쟁이 뜨거웠다.

하지만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란 정부의 뜬금없는 공식입장에 550만 대구시·경북도민은 허탈과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 확장, 즉 김해신공항 건설에 대해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5개 지자체가 전격 합의하면서 해묵은 영남권 신공항 문제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부산지역 경제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해신공항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이 언론을 타면서 대구·경북지역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가 났다. 천신만고 끝에 김해신공항을 확정했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하고 공사에 들어가 2026년엔 완공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세웠는데, 이제 와서 재검토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을 지경이다.

돌이켜보면 ‘김해신공항 무산·가덕신공항 재추진’은 문재인정부 들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징후들은 이미 시시때때로 있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3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지역 유세지원에서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5명만 뽑아주면 2년 안에 가덕신공항을 착공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6월엔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예정지를 직접 찾아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대로 용역이 진행되면 (신공항 입지는) 부산시민이 바라는 대로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공항 입지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결과적으로 가덕이 탈락했으니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대로 용역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듯 문 대통령에게 있어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의중은 가덕도에 쏠려 있다. 김해신공항이 10년을 끌었든 20년을 끌었든안중에도 없다. 어찌보면 K2·대구공항 통합이전 사업도 김해신공항을 가덕신공항으로 뒤집기 위한 볼모가 아닌가 싶다.

대구통합공항 건설 사업은 작년 3월 이전 후보지로 군위군 우보면 일대(단독지역)와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공동지역) 2곳으로 압축해 놓고도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 국방부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했지만, 느닷없이 K2공항 이전사업비에 대한 재산정을 요구하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사실은 국방부가 미루고 있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군장성 인사를 논의하는 정권이 아닌가. 각설하고 김해신공항은 예정대로 가야 한다. 지금 뒤집으면 미래 정권에서 또다시 뒤집을 수 있다. 그러면 영남권 신공항은 기약이 없다.

진식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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