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 이중생활·모시모시·메사드올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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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5   |  발행일 2019-02-15 제41면   |  수정 2019-02-15
“식당업 막연한 환상은 없다”…창업 실패율 0% 도전 ‘청년 팝업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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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4일 대구시 청년창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오픈된 청년팝업레스토랑에 입점해 오는 3월 본격적으로 식당을 오픈하게 될 ‘이중생활’의 이중생 셰프(맨 왼쪽), ‘모시모시’의 박대현 부부(왼쪽에서 두번째), ‘메사드올리’ 김연주 셰프(맨 오른쪽)가 이구동성으로 청년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해진다면서 조만간 창업될 자기 식당의 대박행진을 외치고 있다.

대구시가 청년셰프를 위한 레스토랑을 차렸다. 중구 종로 옛 종로호텔 맞은편에서 오픈한 대구시 지원 ‘청년팝업레스토랑’인데 ‘청년셰프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일환으로 붐업시켰다. 요즘 식당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 상당수는 채 한 달도 준비하지 않고 충동적·주먹구구식으로 오픈, 1년도 안돼 거덜나고 만다. 그래서 대구시는 이들이 사업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멘토한테 신의 한수 마케팅 전략도 전수하는 등 창업 실패율을 확 줄여주기 위해 이 레스토랑을 론칭했다. 몸만 오면 된다. 주방 등 영업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구비해 놓았다. 오디션을 통해 사업자로 선정되면 1개월간 핀외식연구소에서 요리교육부터 받는다. 이어 가게로 와서 2개월간 영업을 해서 창업자금을 모으면 된다. 1기 3개팀이 이미 배출됐고 현재 2기 3개팀이 영업 중인데 다들 올해 내로 독립하게 돼 있다. 이들 세 가게는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있다. 맨 왼쪽에는 스테이크 전문 ‘이중생활’(이중생 셰프), 중간에는 일본가정식 전문인 ‘모시모시’(박대현 셰프), 맨 오른쪽은 커리 & 커틀릿 전문 ‘메사드올리’(김연주 셰프)가 입점해 있다. 이 업무를 총괄하는 대구시 청년정책과 김요한 팀장은 “이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요즘 청년장사꾼들이 식당업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걸 깨트리는 것”이라며 “여타 청년창업 지원사업은 대다수 금융 및 인력교육 등에 집중되는 데 비해 청년팝업레스토랑은 2개월 장사해서 모은 목돈으로 즉시 창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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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 에이징 스테이크

대전서 ‘청년구단’떡갈비 창업 경험
대구시 공고 본후 스테이크로 승부수
2∼3등급 숙성 1등급 맛…가격 경쟁력


이중생 셰프는 사범대 대학원 수료 후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다시 임용고시를 준비해서 합격할 자신이 없었다. 원하는 직업을 알고 싶어서 3개월간 25개의 알바를 했다. 점점 장사나 영업 쪽에 관심이 많이 갔다. 그런 와중에 TV에서 서울 중앙시장에서 떡갈비를 파는 청년 사장을 보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이거다’ 싶었다. 무조건 상경했다. 그 청년은 회사를 그만두고 떡갈비를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된 초보 창업자였다. 그가 대구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당장 대구로 내려와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서문, 관문, 칠성, 서남, 월배, 도원, 달서 등 많은 시장을 훑었다. 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돈이 있어야 시장에서 장사를 할 수 있었다.

뭘 할까 고민할 때 부모의 한 지인이 스테이크를 강추한다. 고급 스테이크 레스토랑 대신 적당한 고기를 ‘에이징(숙성)’시켜서 저렴하게 팔고 싶었다. 비싼 등심·안심을 구매해서 비싸게 파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부채살 부위로 승부를 걸었다.

1등급 고기가 아니라 2~3등급 고기를 구매해서 숙성시키면 1등급과 비슷한 맛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가진 돈이 없었다. 전통시장에 입점해 장사할 수 있는 지원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스테이크는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이때 예전 그 떡갈비 청년상인한테서 안부전화가 왔다. 즉시 떡갈비로 아이템을 바꾸어서 대전 ‘청년구단’에서 인큐베이팅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상호는 이중생에서 ‘생’ 자를 따와서 ‘생생떡갈비’로 정한다. 하지만 손님은 없었고 상권 또한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앞 기수 선배들은 한달간 10명의 손님도 못받았다. 이때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대전 청년구단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첫날에는 하루에 3만원, 둘째날은 5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방송에 나온 집들은 대박행진이었다. 점점 장사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대기하던 옆집 단골을 겨냥해 슬쩍 무료 시식행사를 날렸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그의 매장으로 몰려왔다. 장사를 시작한 지 1주일이 되던 날 하루 매출 100만원을 찍는다. 그 와중에 대구시의 청년팝업레스토랑 공고를 보고 도전하게 된다. 청년팝업레스토랑을 보자마자 예전에 시작하려고 했던 스테이크가 떠올랐다. ‘대전에서 한달 동안 떡갈비 장사해서 돈도 벌었으니 이제 대구에서는 스테이크로 승부해 보자’고 다짐했다.

고기는 한달가량 에이징시킨 후 판매했다. 오는 3월 독립해 가게를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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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시모시 … 짬뽕나베 전문

해양경찰 취사병·초밥집·日유학 경험
해산물 냄비 전골‘창코나베’메뉴 라인
가족과 함께 인생 터닝 포인트 시작


박대현 셰프. 그는 해양경찰 취사병 출신이다. 음식과 춤 사이에서 방황했다. 고교 때 나름 잘나가는 춤꾼이었기 때문이다. 제대하자마자 대학을 자퇴하고 공동어시장에 들어가 고기손질하는 것부터 배웠다. 이후 들안길에 지금은 없어진 미가초밥집에서 초밥짓는 방법을 배우며 일을 하였다.

25세 때 친구 권유로 3개월만 일식을 배우기 위해 단돈 200만원을 들고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운좋게도 월 250만원짜리 야키니쿠집에서 일하게 된다. 낮에는 어학원, 밤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일을 했다. 공부와 일만 하다보니 돈이 꽤 모였다. 어학원을 졸업하고 핫토리요리전문학교에 덜컥 등록하게 된다. 스시·창코나베·이자카야집을 종횡무진하며 스리잡의 나날을 보낸다. 점심은 굶거나 실습으로 만든 음식으로 해결했다. 하루 3~4시간만 잤다. 지하철 세 정거장의 차비를 아끼려고 걸어다녔다. 5년 뒤 귀국했다.

일본에서 번 돈으로 창코나베가게인 ‘창코야’를 개업했다.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던 다카야마라는 친구도 데리고 왔다. 어머니도 나도 남동생도 다카야마도 모두 짱코야에 매달렸지만 동업은 쉽지 않았다. 연이어 경북대 북문 앞에서 스시집 ‘스시야’를 하는 친한 동생한테서도 도움 요청이 왔다. 밤 10시, 스시야를 마치면 바로 아파트로 가서 세차 알바를 새벽까지 뛰었다. 들안길의 횟집 ‘어부와 통영바다’를 거치면서 창업욕구가 커져만 갔다. 그런 어느날 청년팝업레스토랑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메인 메뉴는 일본 스모선수들이 즐기는 해산물을 축으로 한 냄비전골인 ‘창코나베’. 특히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등장해 유명해진 밀푀유나베를 비롯해 해물나베, 짬뽕나베 등 각종 나베류에 힘을 쏟았다. 대구라서 짬뽕나베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첫 주는 반응이 너무 좋아서 만석의 연속, 하지만 메뉴도 조금 수정하고 반찬수를 줄이자 단번에 손님이 격감했다. 친한 동생을 내보내고 아내를 홀서버로 투입시켰다.

이제 창업할 일만 남았다. 전에는 가게를 가지는 것이 꿈이자 목표였는데 지금은 가족과 함께하는 가게 주인이 꿈이다. 청년팝업레스토랑은 그의 인생 터닝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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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사드올리 … 커리 & 커틀릿

숱한 식당 알바통해 터득한 인생경영
양식·일식 절충 커틀릿, 인도풍 커리
수제·제주 프리미엄 흑돼지·착한 가격


김연주 셰프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참 수더분하고 털털하다. 그래서 처음 온 단골도 금세 그녀의 음식에 호감을 갖게 된다.

메사드올리는 ‘커리 & 커틀릿’ 전문점. 김 셰프는 스페인어를 잘 한다. 대학 때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회사에 들어갈 뻔 하다가 숱한 식당 알바를 통해 터득한 인생경영술 덕분에 식당주인에 대한 꿈을 키워나간다. 2년전 어학연수차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1년간 머문다. 현지에서 그녀의 애칭은 ‘올리비아’. 그 이름 때문에 현재 상호까지 생겨난다. 메사 드 올리는 스페인어로 ‘올리의 식탁’이란 의미다. 앞으로 이 상호를 계속 밀고나갈 계획이다. 그녀는 복합상영관 같은 식당을 꿈꾸고 있다. 일식 같은 양식, 양식 같은 한식, 한식 같은 중식을 추구한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어려운 듯한 메뉴일지 모르지만 이런 게 요즘 트렌드죠. 양식과 일식의 절충인 커틀릿(돈가스), 거기에 인도풍의 커리를 결합시켰습니다.”

젊은 직장인에게 좀더 임팩트있게 다가가기 위해 그런 메뉴를 내밀었다. 일단 착한 가격을 정하고 그 다음에는 무조건 수제, 그리고 국내산을 고집했다. 워낙 많은 알바를 거쳐 대구에선 정말 아는 사장이 많다. 그게 재산이다. 덕분에 학원이 아니라 식당 주방에서 신의 한수를 배울 수 있었다.

돼지고기도 제주도 프리미엄 흑돼지로 정했다. 틈날 때마다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방망이질을 한다. 7천500원짜리 커피 앤 커틀릿 정식을 시키면 리필이 되는 샐러드와 수프를 듬뿍 내준다. 아버지가 채소 농사를 지어서 보내준다. 아니다 싶은 메뉴는 즉시 쓰레기통.

3월 동성로에서 승부수를 던질 예정이다. 음식이 예술이 될 때까지 그녀의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올해 26세의 올리. 서른 전에 오너셰프 꿈이 현실이 되길….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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