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세계적 의학통계학 전문가 대구가톨릭대의료원 신임희·곽상규 교수

  • 홍석천,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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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2 08:05  |  수정 2019-02-02 08:05  |  발행일 2019-02-02 제26면
“美 FDA가 도입한 임상데이터표준시스템 메디시티 대구만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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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시대를 맞아 의료계에서도 의학통계학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신임희 의학통계학교실 교수(왼쪽)와 곽상규 교수.

세계는 지금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산업을 지배하는 구조 혁신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의료·연구기관과 제약연구소 등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조율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 대구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의학통계학교실 신임희 교수·곽상규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의학통계연구센터 센터장·부센터장)는 세계적인 의학통계학 전문가로 유명하다. 신 교수는 지난해 세계최고임상연구인증기구인 ‘AAHRPP’의 전문실사위원으로 선임돼 활동 중이며, 곽 교수는 CDISC 분야에 첫손으로 꼽히는 전문가다. 지역 대학병원에 해외에서 정평이 나 있는 전문가가 두 명씩이나 근무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신 교수와 곽 교수를 만나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의학계에서는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의학통계학에 대해 들어봤다.

▷정말이지 참 생소하다. 의학통계학은 의학인가 통계학인가.

△신임희 교수= “2014년 마빈 젤런 하버드대 교수는 ‘의학통계학은 통계학과 구별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고 여기서 나온 연구결과가 의료현장에 접목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의학통계는 일반적인 통계와 다르다. 통계학은 데이터로 표현되는 언어다. 숫자의 요약, 그래프나 테이블로 요약되는 언어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내용을 모른다. 의학통계학은 임상에서 다뤄지는 모든 데이터, 모든 연구에 관여한다. 연구 목적, 데이터 수집, 데이터 분석, 결과 도출 등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이해해야 한다. 통계적 접근 방법도 잘 이해해야 한다. 즉 의학과 통계학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하는 분야다.”


‘AAHRPP 실사위원’ 신임희
임상서 다루는 데이터·연구 관여
의학통계학 1997년 국내 첫 개설
美·유럽기관에 제출한 임상자료
의학통계학자 참여 확인 후 심의

‘CDISC 자격 3개’ 곽상규
‘임상표준화’ 美·日선 의무 사항
신약·의료기기 등 검토시간 줄여
환자 최적의 치료 위한 빅데이터
인프라 많은 대구서만 수집 가능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이 의학통계학을 전국에서 처음 도입했다고 들었다.

△신 교수= “우리나라에 통계학이 들어온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의학통계학은 우리 대학이 1997년 처음 도입했다. 당시엔 정말 생소했지만 2000년대 들어 신약개발이나 의료기기·건강기능식품·화장품까지 실질적으로 사람에 적용되는 임상연구가 많아지면서 의학통계학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현재 대구가톨릭대에서는 교수 2명과 의사 또는 의과대학생 연구원 20명이 의학통계학교실에 전념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른 대학이나 기업에서 어떻게 하면 의학통계학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우리는 의학통계학교실을 구축해 이미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었다. 특히 곽상규 교수가 2012년 들어오면서부터 의학통계학교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모델이 있을 것 같은데.

△신 교수= “맞다. 임상연구가 여러 기관과 국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데이터 모델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그래야만 각국 식약처에서 승인하고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 표준화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CDISC(Clinical Data Interchange Standards Consortium·국제임상데이터교환표준컨소시엄)다. CDISC라는 표준모듈을 임상에 접목했을 때만 미국 FDA나 일본·유럽에서도 이를 받아들인다. CDISC에 가입하려면 세 가지 영역에 대한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했다. 곽상규 교수는 2012년 세 영역의 자격을 따왔다. 실제 세 가지를 다 갖는다는 것은 어렵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당시 박사학위를 딴 곽 교수에게 도전해 보라고 벨기에에 보낼 때만 해도 내심 ‘2개라도, 아니면 1개라도 따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학교가 CDISC 스타멤버가 됐고 저는 CDISC 국제전문위원 및 아시아태평양지역 운영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의학통계학 수준은.

△곽상규 교수= “신약개발을 위해 임상데이터를 수집한다. 신약을 개발해 제품화하기 위해 식약처에 데이터를 제출해야 승인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식약처가 데이터를 받아 허가를 해주면 끝이다. 미국, 일본, 유럽은 한 집처럼 돼 있다. 미국에서 데이터를 모아 유럽이나 일본에 제출해도 표준화가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은 건 우리나라에서만 팔 수 있지만 미국·유럽·일본은 어디에서 허가를 받아도 다 팔 수 있다. 또 데이터를 수집해 식약처에 제출해도 형태와 모양이 다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표준화하면 검토하는 시간도 단축된다. 실질적으로 미국 FDA가 CDISC 시스템을 도입한 후 검토 시간이 기존의 20% 수준으로 줄었다. 즉 10개월 걸릴 것을 두 달 만에 끝내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런 임상데이터 표준화가 권장사항에서 의무사항이 됐다. 우리나라는 이런 점에서 아직 미비하다. 우리나라도 이른 시간 내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신 교수= “전문가 수준의 정책전문가가 필요하다. 연계성에 있어서도 취약하다. 2000년대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려고 할 때 외국에서 ‘이런 표준화시스템이 없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또 의료기술을 개발해 FDA를 통과하려고 해도 데이터 검토 기간이 엄청나게 길었다. 시스템이 맞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외국 데이터 회사와 손잡아야 해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

▷신 교수는 얼마 전 AAHRPP 전문 실사위원이 됐다.

△신 교수= “미국 FDA나 유럽 EMA 등에 임상 자료를 넣으면 의학통계학자가 연구 계획서 작성에서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참여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그 후 심의를 시작한다. AAHRPP는 2001년 미국 정부의 임상연구 및 연구윤리 7개 부처가 후원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세계 최고 임상연구 인증기구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017년 인증을 받았다. 임상연구 영역, 연구대상자 보호 및 IRB 영역에 다년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력을 인정 받았다.”

▷의학통계학은 메디시티를 지향하는 대구의 중요한 자원이 될 것 같다.

△신 교수= “첨단의료복합단지나 메디시티에서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처음 메디시티를 지향한다며 첨복을 유치했을 때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인력을 해외에 보내 교육을 시키자고 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 최근 통합의료연구와 관련해 양한방통합의료가 FDA 엔젤 승인을 세 건이나 받았다. 국내 어떤 기관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이는 미국 현지 핵심 멤버들과 연계해 이룬 성과다. 첨복이 나아가는 방향에 하나의 좋은 샘플이 될 것이다.”

△곽 교수= “왜 메디시티일까. 한 도시 안에 4개의 대학병원과 더 많은 2차병원이 있고 약전골목까지 있으니 메디시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같은 이유로 첨복을 유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걸 활용해야 한다. 메디시티와 첨복이라 하면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의료나 서비스가 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한 것 같다. 어디에서도 없는 대구만의 메디시티를 운영해야 첨복단지가 특색을 가질 수 있다.”

▷대구만의 의료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신 교수= “의학통계학이다(웃음). 대구가톨릭대 의학통계학교실이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CDISC 스타멤버나 AAHRPP가 대표적이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이 지역에 있다는 것이 메디시티 대구가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곽 교수= “LG디스플레이 공장을 가보면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 온도를 바꾸고 압력을 조정하고 패널재료도 바꾼다. 실험을 통해 시뮬레이션 분석을 한다. 같은 맥락에서 환자가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가 수술인지, 아니면 단순 물리치료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런 데이터를 갖추는 것은 대구에서만 가능하다. 그만큼 많은 인프라가 있다. 여러 기관에서 조금씩 모아지는 데이터가 한 기관에서 나오는 많은 양의 데이터보다 대표성이 있다. 많은 인프라에서 나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메디시티나 첨복단지는 성공할 수 있다.”

▷두 분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의학통계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에게 조언하고 싶다면.

△곽 교수= “사실 의학통계학은 의학이 아니다. 그리고 통계학도 아니다. 의학과 통계학의 교집합이다. 통계학도 알아야 하고 의학도 알아야 한다. 의학이 형용사다. 통계학을 수식한다. 통계학이 주가 된 후 의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대학이나 병원에서 의학통계학을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대화와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런 부문이 없어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 즉 통계와 의학이라는 두 날개가 필요한 학문이다.”

△신 교수= “연구의 처음과 끝을 투명하게 객관화하기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원스톱솔루션을 향한 여정에서 의학과 통계학이 같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학문의 언어가 이해돼야 한다. 균형감이 있어야 한다. 통역가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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