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대상 강경숙씨 가족 수기

  • 최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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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8 08:07  |  수정 2019-01-28 08:52  |  발행일 2019-01-28 제18면
“식탁서 대화하니 자연스럽게 어휘·논리력도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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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영남일보는 대구시교육청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후원한 ‘제5회 밥상머리교육 우수 사례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을 통해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 19편 중 일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공모전에서 영광의 대상을 받은 강경숙씨는 가족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밥상머리교육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딸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관심사에 대해 묻고 배우면서 행복한 식사 시간으로 거듭났다고 고백하고 있다. 다음은 강씨가 쓴 수기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 “휴대폰 그만 해라.” “TV 좀 그만 보고 공부 좀 해라.” 우리 집도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말투를 써왔다. 과묵한 남편과 경상도 출신이 아니랄까봐 무뚝뚝한 나의 성격 탓에 우리 집도 대화가 거의 없다. 새해 중2가 되는 딸은 집에 오면 말이 별로 없다. 우리 가족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문제인지, 왜 우리 가정은 소통이 안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몇 가지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생각해봤다.

#. 첫째, 밥상머리에선 즐거운 이야기만 나눠라

가족 간 밥을 먹는 횟수가 잦은 집일수록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어 있다는 통계가 있다. 성적과 공부가 아닌 대화 소재를 찾는 게 좋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아이들이 얼마나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을지 생각하면서 함께 음악도 들어보고, 가족이 직접 간식을 만드는데 동참을 했고, 아이가 좋아하는 영화도 같이 봤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낌은 어떠했는지 묻지는 않았다. 솔직히 묻고 싶었지만 굳이 기분 좋게 영화를 보고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서 꾹 참았다. 아이가 책을 읽든, 영화를 봤든 사사건건 묻지 말자. 가족이 함께 재미있게 영화를 본 것으로 만족해하고 자녀에게 제발 학습과의 연결의 의미는 부여하지 말자는 것이다.


식탁 위 잡동사니 없애고 함께 식사
성적 아닌 다양한 소재로 대화해야
안식일 참고해 1시간씩 토론하기도



#. 둘째, 부모와 자녀간 세대 차이를 인정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자

디지털 세대인 딸과 관계가 데면데면할 때면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딸과 소통을 했다. 평소에 대화로는 하기 힘든 고충을 쉽게 터놓으면서 감정조절도 잘 되어서 딸과 더 가깝게 느껴졌다. 딸의 눈높이에 맞춰서 동감을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딸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보고 동영상을 너무 많이 봤다. 걱정이 됐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딸에게 요즘 인기 있는 가수와 가요는 어떤 것이며 어떤 게임인지 같이 하자고 했다. 딸은 물고기가 물을 만나듯 흥이 나서 무척이나 좋아했으며 게임 방법을 일일이 상세하게 가르쳐줬다. 자연스럽게 밥상머리에서 자녀간의 세대 차이를 인정하며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었다.

# 셋째, 밥상머리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하고 싶다면 식탁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집은 식탁문화가 이미 없어져 버린 지가 오래다. 결혼할 때 혼수품으로 산 거실의 식탁은 가족 간에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는 장소는 아니었다. 우리집 식탁은 한쪽 면이 벽에 붙여 있다. 결국 안정된 벽 쪽으로부터 물건이 쌓이기 시작해서 어느새 식탁 위는 잡동사니들이 점령을 해서 혼자 밥 먹을 공간조차도 없었다. 식사 문화는 어떠한가. 가족들은 각자 바쁘다보니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혼자 따로 먹는 시간이 많다.

식탁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동안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식탁 위를 깔끔하게 정리를 한 후에 가장의 자리를 만들었다. 남편의 자리를 식탁 중앙의 자리로 정했더니 이제야 우리 가정에 가장의 자리가 생겼고 가장의 위풍이 서는 듯 했다. 남편은 “야! 이거 보통 자리가 아닌데? 이제 밥 먹을 맛이 나겠네”하면서 무척이나 좋아했다. 식탁이 깨끗이 정리되고 난 이후로는 식탁에서 가족과 함께 자주 대화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가족 간의 정도 많이 생겼다.

#. 마지막으로 ‘유대인의 안식일 식탁’을 적극 활용했다

유대인들은 금요일 오후 6시부터 토요일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안식일 식탁 자리를 갖는다. 우리 가정도 유대인의 안식일 식탁처럼 식사뿐만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했다. 당연히 식사시간은 1시간이상으로 길어졌다.

하버드대에서 ‘아이들의 언어학습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의 언어학습 능력이나 어휘력 습득에 대해 연구진이 예측한 것은 ‘책을 읽어주며 대화하기’였다. 하지만 그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으며 어휘력 습득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식탁에서의 일상생활 대화였다고 한다. 책을 읽어 주며 대화하는 것은 140개의 어휘를 습득하는 반면, 식탁에서의 일상생활 대화는 1천개의 어휘를 습득한다고 한다.

책을 읽어주며 대화하는 것은 도서의 범위와 한계 내에서 대화가 이루어진 반면, 식탁에서의 일상생활 대화는 아이에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어휘가 마구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란다. 가족대화에서 어휘력을 많이 획득해서인지 평소에는 딸아이가 책을 읽기 싫어했는데 요즘은 독서할 때 막힘없이 술술 읽어 내려가며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이야기도 잘 한다.

이렇듯 이제껏 우리 가정은 각자 바쁘다는 핑계로 잔소리뿐인 대화가 일상이었는데 식탁문화가 바뀌니 이제는 가족 간에 서로 배려해주고 이해를 많이 한다. 요즘은 가족 식사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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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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