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돌봄교실’ 모범사례 2題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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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8 07:53  |  수정 2019-01-28 07:53  |  발행일 2019-01-28 제15면
“언니·오빠들과 놀며, 모르는 건 함께 공부해요”
■ ‘초등 돌봄교실’ 모범사례 2題
①서대구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고학년이 저학년 학생의 수학 공부를 돕고 있다. ② 난타공연을 선보이는 서대구초등 돌봄교실 학생들. ③ 월곡초등 돌봄교실에서 계명대 식품영양학과 학생이 일일 셰프로 변신해 식생활 지도를 하고 있다. ④ 월곡초등 학생들이 교육나눔 행사에 참가해 오카리나 연주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교육부가 올해 초등돌봄 공백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돌봄교실 1천400실을 확충해 초등생 28만여명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정규수업을 마치고 갈 곳이 없어 머무는 공간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놀이와 휴식이 어우러질 수 있는 돌봄교실로 거듭나려면 갈 길이 멀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해 학부모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학교가 있어 소개한다.

◆ 월곡초등 ‘엄마 같은 돌봄전담사’

돌봄전담사의 지역연계 프로그램 눈길
전통문화 등 배워 나눔·환원 활동까지


대구 월곡초등(교장 정영호)은 최근 몇년간 돌봄교실 운영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겨울방학 때는 전교생 180명 중 18명이 돌봄서비스를 받았다.

눈에 띄는 것은 대학 동아리 학생들을 돌봄교실에 참여하도록 이끈 것이다. 계명대 식품영양학과 봉사동아리 학생 7~8명이 일일 셰프로 변신해 아이들과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치즈와 피클, 컵밥을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요리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아이도 있었다. 직접 키운 새싹 채소를 준비해 월남쌈을 만들어 먹으며 대학생 셰프의 식생활 교육을 곁들이니 교육적 효과도 컸다.

학교는 달서구청소년수련관과 함께 ‘찾아가는 음악체험활동’을 운영했다. 평소 아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우쿨렐레, 단소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웠다. 컵타, 음악 감상 시간을 통해 음악의 즐거움과 감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또 학교는 신당사회복지관과 연계해 강사 재능기부를 받아 비석치기, 고무줄 놀이 등 전통놀이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배운 것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활동도 한다. 희망나눔 봉사활동이다. 얼마 전엔 ‘우리 마을 교육나눔 청소년 페스티벌’에 참가해 평소 갈고닦은 오카리나 연주와 난타 공연을 선보였다. 또 인근 노인정을 찾아 댄스 공연을 선사하고 직접 만든 쿠키와 부채를 어르신 선물로 드렸다.

이기숙 돌봄전담사(51)의 활약도 칭찬할 만 하다. 그는 교육부 공모사업을 비롯해 지역 복지관 연계사업 등을 적극 활용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대기업 캠페인에 직접 참여해 학생들을 위한 무료 우산을 지원받고, 비오는 날 우산이 없는 아이들에게 빌려준다. 아이를 데리러 올 수 없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엄마 같은 마음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이런 노력 덕에 이 전담사는 2017년 교육부 주관 돌봄전담사우수사례에 공모해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전담사는 “이곳 아이들도, 일하는 우리 전담사들도 각자의 환경이 열악하다. 그래도 우리 전담사들이 열심히 돌봄교실을 운영하면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우리 자신도 성장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서대구초등 ‘작은 선생님’
고학년생이 저학년생의 숙제 돕고 돌봐
방학중엔 '열린돌봄교실' 운영 큰 호응

대구 서대구초등(교장 함인수)은 전교생의 30%가 돌봄교실을 이용한다. 소규모 학교인 데다 다문화가정, 맞벌이부부 자녀들이 적잖다. 방학 때는 전학년이 같은 교실에서 오후 4시30분까지 시간을 보낸다.

전학년이 한 교실에서 생활하다보니 어려운 점도 있다. 학년별 특색을 맞추기 어렵고 학생들끼리 낯을 가리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돌봄교실 환경에 적응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언니, 오빠에게 의지하는 동생들이 생겼고, 서로 자매나 형제처럼 지내며 정을 붙이는 학생들이 교실 분위기를 잡았다. 같은 학년들끼리 생활하는 돌봄교실에는 다투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곳 학생들은 좀처럼 싸우는 일이 없는 편이다.

비결이 뭘까.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학생들에게 작은 선생님이 되어 방학숙제를 돕고, EBS 방송도 함께 들으며 공부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어서다. 한글을 어려워 하는 다문화가정 아우에게 글자와 띄어쓰기를 가르쳐주는 아이도 있다. 작은 선생님 역할을 맡은 학생은 한때 언니, 오빠들에게 자꾸 틀리는 글자를 배웠던 경험이 있다.

방학 중에는 열린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선생님, 돌봄교실 신청 안 했는데, 우리 아이 오늘 잠깐만 보내도 될까요?” 이 학교 돌봄전담사는 아침 일찍 학부모들에게 이런 전화를 종종 받는데, 그때마다 흔쾌히 허락한다. 세 아이를 혼자 키우며 열심히 일하는 엄마가 부탁하면 거절할 수가 없단다. 또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 동생을 돌보느라 돌봄교실에 못 오는 자매도 가끔 이곳에 들러 친구들과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함인수 교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방과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실외에서 하는 체육활동이나 문화교실을 마련해 좀 더 알찬 돌봄교실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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