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붙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전, 정치권도 힘 보태라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1-17   |  발행일 2019-01-17 제31면   |  수정 2019-01-17

SK하이닉스 반도체특화클러스터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경쟁이 불붙었다. 내달 구체적인 조성계획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구미시를 비롯해 경기도 용인시와 이천시, 충북 청주 등이 저마다 지역 특색과 입지 강점을 내세우며 치열한 유치전에 돌입했다. 특히 구미시와 경북도는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수원 이전 등 대기업 생사라인의 잇단 수도권 이전으로 지역경제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 배수진을 치고 클러스터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고용창출 효과가 1만명 이상에 이르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수십 조원에 달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이 때문에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양보 없는 각축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는 최근 정무부지사를 SK하이닉스 본사로 보내 청주 유치 의사를 공식 전달했고, 지난 8일에는 당시 내정자였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시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유치전에 본격 나선다. 이천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최근 최태원 SK 회장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후보지인 용인시도 조만간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용인시의회와 이천시의회도 지난달 반도체 유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치경쟁 도시의 발빠른 움직임과 달리 구미시와 경북도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물론 상공회의소 등 경제계와 시민단체가 나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투자유치 전략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SK 최고 경영진과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아 SK하이닉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오리무중이다. 정치권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구미에만 국회의원 2명과 도의원 6명, 시의원 22명이 있는데도 그 흔한 결의안조차 나오지 않았다.

SK하이닉스 반도체특화 클러스터 유치는 침체된 구미 경제를 되살리고 대구·경북의 미래 먹거리를 견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비록 수도권 지자체에 비해 다소 불리한 여건이지만 구미시·경북도와 경제계는 남은 기간 머리를 맞대고 맞춤형 전략을 세워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구미만의 경쟁력인 부지도 분양가 인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정주여건 개선, 우수인력 확보와 같은 장기 비전도 제시해 선제적으로 투자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경북 정치권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게 아니라 수렁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각오로 힘을 보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