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드라마 SKY 캐슬과 부모의 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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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7 08:11  |  수정 2019-01-17 08:11  |  발행일 2019-01-17 제21면
세탁소집 아들서 로스쿨 교수의 삶
입신양명에도 헛헛한 영혼 차민혁
‘자식 통한 보상심리’수치심만 전해
[송유미의 가족 INSIDE] 드라마 SKY 캐슬과 부모의 수치심

드라마 SKY 캐슬이 JTBC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낳고 있다. 입시 전문가나 강남 학부모, 서울대 의대생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외국 명문대 입학 사기’ 등은 과장된 요소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 사실과 가깝다고 한다. 필자 역시 작가의 꼼꼼한 취재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사교육의 상당부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이번에는 로스쿨 교수 차민혁(김병철 분)의 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내면에 거짓된 자아로서의 ‘수치심’으로 가득 찬 인물로 잘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부에 올인,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최연소로 합격했으며 검사가 되었던 인물이다.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가슴속에 감춘 채 겉으로는 정의와 행복의 가치의 소중함을 설파한다. 최연소 부장검사, 차장검사까지 승승장구했으나 무리하게 삼선 국회의원을 도모하던 장인 때문에 옷을 벗고 로펌 변호사로 재직하다 로스쿨 교수가 된 인물이다.

주위에는 금수저 출신의 의사와 변호사들이 많아 세탁소집 아들인 그의 콤플렉스는 뿌리가 깊다. 그는 자신이 밑바닥에서 이만큼이나 올라왔으니 두 아들 대에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을 거라며 차씨 가문에서 ‘대통령’을 만들어 보자는 꿈을 꾼다.

드라마를 보면 그는 아내나 아들들이 지적을 하면 일단 들어는 본다. 하지만 ‘그래도 너희는 틀리고, 내가 옳아’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거나, 짜증 또는 윽박을 지르든지 법조인 출신답게 분위기를 딱 잡고 일방적으로 훈계해댄다.

차민혁은 완벽해 보이지만 아슬아슬한 인물이다. 자신의 영혼에 구멍이 난 것을 자식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자기 자신이 싫기 때문에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위장한다. 성자 같은 모습과 이에 반한 사악한 모습 등 거짓된 위장은 극과 극을 달린다. 그는 거짓된 자아, 수치심으로 내면화된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수치심으로 가득 찬 부모들은 가족 내에서 몇 가지 대표적인 특성을 보인다. 첫째, 통제다. 한 사람이 가족 전체의 감정과 상황을 통제하려고 한다. 통제야말로 그 통제자의 수치심을 커버하는 데 최상의 도구다. 둘째, 완벽주의다. 모든 일이 항상 올바로 되어야 한다. 가족에게 완벽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으로 강요한다. 셋째, 비난이다. 뭐든지 계획대로 안 되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이나 남을 비난한다. 비난 또한 수치심을 커버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비난은 통제가 자기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주로 사용된다.

이런 특성의 부모는 아이에게 ‘말하지 마’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말할 엄두를 못 내게 한다. 또 부모 자신이 실수한 건 교묘하게 감추고 아이의 당연한 실수를 취약점으로 드러내어 아이가 실수한 것에 대해 수치심을 되레 안겨준다.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관계를 믿지 말라’는 신념을 갖게 하여 상대를 믿지도 않으면 실망할 것도 없다고 여기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애초에 내면화된 부모 자신의 수치심을 아이에게 떠넘기면서 자신은 완벽한 부모인 것처럼 행세하려는 것이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요구대로 완벽한 인간이 되지 못하니,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여기게 된다. 수치심의 대물림이다. 부모 스스로 자신의 수치심을 제거하려는 무의식적인 의도가 결국 아이의 수치심으로 내면화되어, 부모와 아이는 다를 바 없는 닮은꼴이 되어 버린다.

가족상담운동의 선구자였던 버지니아 사티어는 인간이 제대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 다섯 가지 자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스로 지각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고, 상상하는 자유다. 이러한 자유로움이 가장 안전하게 표현되어야 할 가정이지만, SKY 캐슬에 나오는 가족은 오히려 그 자유를 가장 옥죄는 불행한 현실을 만들고 있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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