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지역 정치권 조직적 대응…경북 의원들 뭐하나”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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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6 07:24  |  수정 2019-01-16 07:24  |  발행일 2019-01-16 제3면
SK 반도체 클러스터 ‘구미 유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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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7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구미국가5단지 분양활성화 긴급 대책회의에서 경북도·구미시 관계자들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구미 유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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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산동·해평면 일대에 조성 중(97% 완료)인 구미국가산업단지 5단지(하이테크밸리). 구미시·경북도는 이 곳에 120조원 규모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유치할 계획이다. <구미시 제공>

새해 벽두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영남일보 1월7·9·10·11·15일자 보도)를 위한 경북도·구미시 등 해당 지자체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구미를 넘어 경북 전체를 먹여 살릴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유치 여부에 지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구미시는 아직까지 구체적 투자유치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러스터 입지 선정과 관련한 경쟁도시 움직임과 경북·구미의 대응 해법을 살펴본다.

◆한 치 양보 없는 ‘4파전’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는 현재 4파전이다. 구미를 포함해 경기 용인·이천, 충북 청주가 양보 없는 불꽃 경쟁의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 가운데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용인시다. SK하이닉스가 정부와 공동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용인시의회는 지난달 21일 임시회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용인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발빠르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용인시는 스스로 최적 후보지로 자평하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치를 희망하는 다른 지자체에 자극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며 적극적인 유치 홍보에 나서지 않는 등 가급적 ‘입단속’을 하며 저공비행하는 모양새다.


구미 경쟁도시 용인·이천·청주
비대위 추진에 특별법 주장까지

지역 정치권은 유독 소극적 자세
백승주 의원-SK 측 면담이 고작

정보력 동원 ‘니즈’ 파악 급선무
맞춤형 인센티브로 대응 나서야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시킬 계획이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국회의원(이천)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온 시민이 똘똘 뭉쳐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수도권 규제 혁파를 위해서 정말 다같이 힘을 보태기로 했다”며 “이천시장·시민단체와 함께 조만간 비대위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최근 최태원 SK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유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시의회도 지난달 25일 결의문을 채택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이천 유치를 주장했다. 이천시의회는 “SK하이닉스는 36년 넘게 이천에서 운영된 ‘시민 기업’이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천에 조성되도록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도 역시 반도체 클러스터 청주 유치를 위해 정무부지사를 SK하이닉스에 보내고 정치권 인사를 잇따라 만나 도움을 요청하는 등 총력전에 들어갔다.

◆구미 정치권 뭐하나

경쟁 지역 정치권이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반면, 구미지역 정치권은 유독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소식이 전해진 뒤 청주시의회는 같은 달 20일 ‘반도체 클러스터의 수도권 조성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냈다. 이어 용인시의회(12월21일)·이천시의회(12월25일)도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 도시는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으고 있지만 구미지역 정치권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구미엔 국회의원 2명(자유한국당 백승주·장석춘)을 포함해 도의원 6명, 시의원 22명 등 선출직 의원이 30명 있지만, SK하이닉스 유치 활동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최근 백승주 국회의원이 SK하이닉스를 찾아갔으나 관계자 면담 수준에 그쳤다.

구미시민들은 “아직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가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지역 정치권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치 활동에 나서야 한다”며 “만약 그렇게 했을 경우 실패해도 선출직 의원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의회 관계자는 “현재 의회 운영위원회에서 SK하이닉스 유치를 위한 결의문 채택을 논의 중이다. 다소 늦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 ‘니즈’ 파악해야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전의 핵심은 SK하이닉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준공을 앞둔 구미국가5단지 1단계(산동면) 부지를 보유한 구미시는 현재 5단지 분양가 인하·2단계(해평면) 원형지 제공·임대산업용지 제공 등 투자 기업이 초기 투자자금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 또 조만간 SK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하거나 관계 부처 면담을 통해 SK하이닉스 구미유치 타당성과 제안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특히 ‘SK하이닉스유치 구미시민위원회’를 구성해 SK사랑 시민운동·유치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경북도·구미시 투자유치TF를 구성해 실질적인 기업유치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유치 전략이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바가 아닐 경우 허사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선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 SK하이닉스의 니즈(Needs)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그런 다음 전략을 짜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것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어 경북도·구미시·한국수자원공사가 난감해 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SK하이닉스 경영진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 역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부지 규모가 어느 정도 될 지 알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기업 유치 활동에 임하고 있기에 공개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다양한 산업 인프라 제공과 투자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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