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넉넉한 지원 받고 자유롭게 연구하는 ‘하쿠비 프로젝트’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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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6 07:37  |  수정 2018-12-26 07:37  |  발행일 2018-12-26 제6면
5년 동안 넉넉한 지원 받고 자유롭게 연구하는 ‘하쿠비 프로젝트’
학생마다 한 대씩 갖고 있을 정도로 자전거는 교토대에서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이다. 교토시내가 평지인데다 버스 외 별다른 대중교통이 없어 대부분의 학생은 자전거로 통학한다. 도서관 앞에 세워진 자전거들.

일본 교토대의 연구지원 풍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하쿠비(白眉) 프로젝트’다. 하쿠비는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가리키는’ 중국 고사에서 이름을 따왔다. 기초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마쓰모도 히로시 전 총장이 도입했다. 마쓰모도 총장은 2009년 젊은 연구원들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하쿠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12년 4월 하쿠비 고등연구센터로 개칭하고 개별 연구기관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조율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연구 활동은 연구원이 지적 발견을 추구하는 데 있어 영감, 호기심, 열정을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이뤄진다. 따라서 연구 활동을 촉진하려면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탁월한 창의성, 독창성, 헌신을 갖춘 인적 자원의 개발이 수반된다. 하쿠비 프로젝트는 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하쿠비 프로젝트의 특징은 ‘긴 시간 자유로운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전 세계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원하는 연구 프로그램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에 지원을 해주고 성과가 나올 때까지 간섭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간절한 소망을 교토대 하쿠비 프로젝트가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쿠비 프로젝트에 선정된 젊은 연구원은 5년 동안 예산을 지원받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다. 특히 정부나 기업체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초연구분야에 집중된다. 간단한 보고서 한 장만으로 심사통과가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하쿠비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싶어하는 연구기관이 많다고 한다.

하쿠비 프로젝트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연구자들로부터 지원서를 받는다. 인문학에서부터 사회과학·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의 기초 및 응용 연구 분야 박사 학위(또는 동등한 연구 능력)를 보유한 젊은 연구자라면 문호가 개방돼 있다. 교토대는 하쿠비 연구원을 프로그램별 교수진(관계학 교수 또는 조교수)으로 선정해 고용한다. 또 연구 분야에 따라 선정된 주관기관(대학, 대학원, 연구소 등)에서 5년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센터는 연구원들이 효과적으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구원이 원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교토대가 하쿠비 프로젝트와 같이 과감한 연구지원 풍토를 유지해 갈 수 있는 배경에는 뛰어난 연구업적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자유로운 연구 풍토 속에서 오랜시간 축적돼 온 기초학문 연구성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연구지원비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하쿠비 프로젝트는 마치 달걀 부화과정처럼 천천히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젊은 연구자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교토대의 자유스러운 연구풍토 속에서만 가능해 보이는 것이 하쿠비 프로젝트다. 박종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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