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산업유산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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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3   |  발행일 2018-12-13 제31면   |  수정 2018-12-13

쌍용양회 문경공장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이 시설의 산업유산 지정과 활용이라는 문제가 대두됐다. 6·25전쟁 이후 세워진 인천판유리·충주비료공장·국립중앙병원 등 4개의 UNKRA(국제연합한국재건단) 지원시설 중 유일하게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곳이 이 공장이다. 특히 습식고로 방식의 제조시설 4기는 웅장한 외관과 견고함은 그냥 해체해서도 안 되고 쉽게 철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가 세기도 하다. 지난해 조업 중단 이전부터 경북도와 문경시는 이 시설의 산업유산 지정과 향후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해 왔다.

산업유산이라는 말은 있지만 국가가 지정하는 산업유산제도는 아직 없다. 다만 경북도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2013년 ‘향토뿌리기업 및 산업유산 지원 조례’를 만들어 오래된 향토기업과 옛 모습을 간직한 산업건축물 중 보존 가치가 높은 산업유산을 육성하고 보존·활용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산업유산으로 지정해도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처분해 버리면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21만㎡ 규모로 덩치가 꽤 크다. 인근 산단지역의 땅값과 비교해 볼 때 몇 백억원은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지정 산업유산이 없는 탓에 이 공장을 지방정부가 활용하려면 문경시가 사들여야 한다. 부지 매입에는 국비나 도비 지원도 없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문경시의 능력으로만 매입해야 한다. 걱정이 되는 것은 쌍용양회 대주주가 외국계 자본을 가진 회사로 경제논리에 따라 매각에 나서면 다른 기업에서 사들여 시설물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경시가 산업유산으로 지정해 활용한다는 계획을 알면 선뜻 매입에 나설 기업은 없겠지만 항상 의외의 경우가 있기 마련이어서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문경지역에서 이 공장의 산업유산화를 추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40여 곳의 탄광을 아무런 계획 없이 너무 말끔히 정리했다는 아쉬움도 작용하고 있다. 독일 졸페라인 등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강원도 삼탄아트마인 등 탄광시설을 활용해 도시재생과 새로운 명물로 지역 경제에 바탕이 되는 곳으로 만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쌍용양회 문경공장은 반드시 산업유산으로 지정되고 재생과정을 거쳐 새로운 문경의 명소로 탈바꿈하기를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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