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음악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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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3 07:47  |  수정 2018-12-13 07:47  |  발행일 2018-12-13 제22면
[문화산책] 음악가의 삶
장윤영<오페라 코치>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만들어 내며 신드롬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조성진은 자신의 근황과 음악에 대한 생각이나 소신을 차분하고 진중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근황에 대해서는 “음악적인 변화는 관객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생활 자체는 비슷하다며 “2년 전에는 파리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베를린에 살고 있는 것이 전부”라며 단순한 예술가의 생활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음악과는 상관이 없지만 남극을 여행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2021년까지는 연주 일정이 꽉 차있어서 그동안은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너무나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며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연주자 삶의 실제모습이다. 현재의 모습에서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듯이 그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며 지금껏 지내왔을지 생각하며 아주 잠깐 그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다. 연주자의 삶이 그러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위해 폐쇄적이고 단조로운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순간순간 모든 이가 주목하는 무대 위에서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조성진 같은 세계적인 거장에게도, 나에게도 한눈을 팔 여유 같은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이름이 더 자주 거론될수록 사람들의 기대만큼 무대는 점점 냉정하고 가혹한 곳이 되어간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에게 나의 장기나 주특기는 점차 당연시되며 흥미를 잃어가게 된다. 무대 횟수가 많아질수록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은 좀처럼 바꾸기 힘든 것이 되어간다.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조금의 빈틈이나 실수는 또다른 선입견을 만들게 되므로,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매순간을 조마조마하게 보내게 된다. 그러다보니 많은 연주자는 무리하게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고자 파이팅을 빙자한 욕심이라는 것을 더하다 보니 평정심은 깨어지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자신이 하지 않았던 레퍼토리를 멋지게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관객에게 새로움을 안겨주고 선입견을 깨는 가장 큰 방법일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조성진 역시 쇼팽이 아닌 모차르트의 ‘피아노 환상곡 3번’을 실황연주로 들려주며 자신이 쇼팽 곡만 잘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매일매일 같은 양의 연습은 현상유지를 위한 것이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노력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하기 전에 나의 현재는 어디인지 엄격하게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오늘도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다. 장윤영<오페라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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