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대한민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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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2   |  발행일 2018-12-12 제30면   |  수정 2018-12-12
열차는 어이없이 탈선하고
출산장려책 100兆 들여도
아이 잃은 안타까운 사연도…
제자리서 제 역할 다하는게
소중한 가치임을 새삼 느껴
[수요칼럼] 대한민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지현배 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날이 차졌다. 연말이라 분주하다. 한 해의 끝에서 챙길 것도, 매듭을 지어야 할 일도 많다. 개인도 그러하고,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생각도 복잡하고 맘이 더 바빠진다. 남북관계나 국회 단식, 유치원 3법 무산 등으로 정치권도 어수선하다. 거기다 열차가 탈선했다는 뉴스는 어쩌면 대한민국의 오늘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매뉴얼대로 점검만 했어도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라 하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기차가 선로를 벗어나는 것을 탈선(脫線)이라고 하는데, 사람에게도 쓰인다. 자신에게 온전히 기대되는 일과 다른 것을 하거나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나는 것도 탈선이라고 한다. 이탈하기, 벗어남이다. 세월호를 떠올리는 탈선(脫船)도 있다. 배를 버리고 자신만 빠져 나온 선장의 행위가 공분을 샀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탈(벗어남)은 분리됨, 헤어짐, 그리고 때로는 소외됨, 버려짐으로 읽힌다. 포용, 복지 등이 그 대척점에 있다. 예산, 정책, 국가 등이 그 토대가 되어야 한다.

“소나무는 솔과 나무가 합쳐진 말이야/ 합치면서 발음을 쉽게 하려고/ ㄹ을 떨어뜨린 거지/ 하느님, 따님 같은 말도 마찬가지란다// 어떤 말이 더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국어선생님 말을 들으며/ 새 아빠랑 살림을 합치면서/ 할머니 집에 나를 떨어뜨리고 간 엄마를 생각했다”(슬픈ㄹ)

아프다. 제목 그대로 참 슬프다. 박일환 님의 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보인다. 어쩌면 오늘 내가 기차 안에서 혹은 집 앞 편의점에서 만난 사람일 수도 있다. 아직 스무살이 되지 않았을 소년 혹은 소녀의 하루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엄마에게서 ‘떨어진’으로 말하지만 실상 ‘버려진’으로 느끼는 10대를 생각하면 엄동설한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겨울 추위보다도 더 맘이 시리다. 그 할머니와 어머니의 심정도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시 한편이지만 화자를 실존 인물로 생각해 보면 안쓰럽다. 아프고 안타깝다. 그러나 이 친구는 상처를 안고 있지만, 어쩌면 그것이 평생 흉터로 남겠지만, 그 상황을 견디어 낼 힘을 갖고 있음이 시에서 읽힌다. 동 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은 금할 길 없지만, 그나마 할머니가 계셨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천만다행’하게도 할머니가 계시고 피붙이를 돌볼 건강이 되시니 말이다.

설상가상인 뉴스도 있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아이를 볼 수 없는 부모, 친척도 없어서 위탁모에 맡긴 부모다. 아이를 돌볼 형편이 안 되지만 자식을 고아원에 보내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시민이다. 이 아이는 정부 기관에 맡길 자격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위탁모였고, 이런 강요된 선택으로 인해 끝내 자식을 잃었다.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일에 격하게 분노하게 되는 것은 단지 나의 거친 심성 때문인가. 이것이 국민 소득 3만달러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정부가 그간 출산 장려 정책으로 100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 돈이 헛돈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정부도 시인했다. 부모와 떨어짐, 자녀를 떼어 놓음, 그것을 선인들은 애가 끊어지는 고통으로 표현하였다. 강릉 진부역 구간의 사고는 자칫 대형 인명 피해를 가져올 뻔 했지만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할 수 없다. ‘우연히’ 큰 사고를 면했다면 그 승객과 승객의 가족은 물론 시민에게도 섬뜩한 일이다.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가치임을 2018년 끝에서 다시 생각한다.지현배 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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