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노노간병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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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0   |  발행일 2018-12-10 제31면   |  수정 2018-12-10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82.4세(남자 79.3세, 여자 85.4세)다. 건강수명은 평균 65세(남자 64.7세, 여자 65.2세)다. 죽음을 맞기 전까지 남자는 15년, 여자는 20년가량을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마와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평균 연령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 병치레 기간은 이보다 훨씬 길어질 수도 있다. 인구 고령화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손꼽히는 노노(老老)간병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에 근접한 우리나라는 벌써부터 고령사회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여기에다 65세 이상 어르신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라는 연구보고서를 감안하면 국민 10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2년 54만명이던 우리나라의 치매환자는 2018년 현재 70만명을 넘어섰다. 이 정도 속도라면 국내 치매환자 수는 17년마다 두 배씩 늘어나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인이 아픈 노인을 돌봐야 하는 ‘노노간병’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80대 남편이 아내를 돌보거나 70대 자녀가 90대 부모를 간병하는 노노간병은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낯설지 않다.

노노간병의 부작용 사례도 수없이 많다. 얼마 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아파트에서는 79세 노인이 쓰러져 숨진 상태로 뒤늦게 발견됐다. 치매를 앓고 있는 60대 부인은 냉방기도 없는 방에서 폭염에 지쳐 탈진 상태였다. 이웃 주민의 신고가 아니었으면 투병 중이던 부인마저 생사를 달리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2년 전 2월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10여 년간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간병하던 70대 남편이 “더 고생하지 말고 차라리 죽여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따라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노부부가 남긴 유서에는 “병마와 싸우는 삶이 너무 힘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5.7%(2015년 기준)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경고했다. 병마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이 고통과 부담 없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노노간병 복지 기반은 필수다. 사회 구성인 모두가 노노간병자 입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복지 전문성이 절실하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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