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자녀교육] 어느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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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0 07:59  |  수정 2018-12-10 09:05  |  발행일 2018-12-10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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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본격적인 진학 시즌이 되면서 자녀 진학 문제로 컨설팅을 받기 위해 오는 학부모가 부쩍 늘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보편화되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첫걸음은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상위권 고교로 진학하자니 내신 걱정이 앞서고, 중위권 고교로 진학해서 내신 관리를 하려고 하면 비교과활동에 대한 부분이 걱정되고, 어떤 대학은 내신의 비중이 높고 또 어떤 대학은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한다고 하고. 너무나 다양한 전형요소와 상반되는 전형요인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아무리 다양한 전형이 있다 하더라도 기본을 잘 지키면 방황하지 않을 수 있다. 대학 입시전형이 다양해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이 어떻게 하면 좋은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좋은 학생이란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지칭하는 말인데 일반적으로는 학업역량·전공적합성·인성·발전가능성 등을 갖춘 학생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업역량 분야에는 학업성취도·학업태도·학업의지·지적호기심·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등의 요소가 있고, 전공적합성 분야에는 전공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진로 탐색 노력 등이 중요한 요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인성 분야에는 나눔과 배려·협력과 리더십·의사소통능력·성실성 등의 요소가 있고, 발전가능성 분야에는 자기주도성과 도전정신·경험의 다양성·문제해결능력 등이 중요한 요소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 중 고교 진학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학업의지와 성실성·자기주도적 학업역량이다. 학업의지가 높고 성실하며 자기주도적 학업역량을 갖춘 학생이라면 좀 더 강하게 공부시키는 고교로 진학하는 것이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마디로 잘라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학부모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내신등급인데 거의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신등급을 높게 받아서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대학 진학 후 학생이 대학생활을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14학년도에 내신은 4등급인데 수리논술로 서강대에 합격시킨 학생이 있었다. 지도를 시작하기 전에 학부모와 학생에게 논술전형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니고 어쩌면 아이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여러 번 던져 주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는 논술전형을 선택했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서강대에 합격했으나 대학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재수를 택했다.

자녀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자녀의 진로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의 삶을 길게 바라봐야 한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실생활에서 단 한 번도 2차방정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없다. 방정식을 공부하는 목적은 방정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학을 보내는 것은 대학의 간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데 있다. 좀 더 좋아 보이는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보다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하면 더욱 성장시킬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좋은 학교에 보내려 하기보다는 아이가 행복한 삶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진학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 잘못된 교육열은 자녀의 삶을 송두리째 불태워 버릴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종오<광덕자기주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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