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알맹이 빠진 위안부 피해자 지원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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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7 00:00  |  수정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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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3가지 종류의 왜(倭)가 있었다. 항왜, 순왜, 토왜다. 일본인이면서 전쟁에 참전했지만 조선의 예악과 문물을 사모하여 침략전쟁을 거절하고 조선의 품안에 안긴 이들을 항왜(降倭)라고 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대구 달성 우록에 터를 잡은 우록김씨 시조 김충선과 함박김씨 시조 김성인이다. 이들은 조선에 항복한 이후 일본에서 습득한 신무기 조총술을 조선군에게 전파했고 조선에 정착, 이괄의 난, 병자호란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활동을 했다.
 

순왜(順倭)는 항왜와 반대로 조선사람이면서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게 항복해 협력하며 그들의 침략행위를 도운 친일매국노를 일컫는다. 김순량, 국세필, 국경인, 전언국, 정말수, 김수량, 이언우 등이 있다. 평안도 도체찰사로 평안도 안주에 있던 서애 류성룡이 오죽하면 간첩질하던 김순량과 그 일당 40여 명을 잡아들여 죽였겠는가. 그는 허균에 따르면 어진 재상이었다.
 

그 사람 좋은 공무원을 잡아죽일 정도로 김순량의 간첩질은 매우 심한 매국행위였다. 왜군으로부터 소 한마리를 받기 위해 류성룡이 안주목사 김억추에게 보낸 전령을 가로채 왜군에게 전달해 주는 등 조선군의 기밀을 누설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김순량 등 40여 명의 간첩, 즉 순왜들을 일망타진하지 못했다면 조선인 출신 이여송이 이끄는 명나라 대군이 조선에 들어오는 것을 왜군이 알았을 것이다. 김순량과 그 일당들을 잡아죽임으로써 왜군이 명나라 대군의 이동을 알지 못했고 조선군과 명나라군이 연합하여 평양성을 탈환할 수 있었다.
 

국경인은 국세필의 조카이며 함경도 회령부의 아전이다. 가토 기요마사의 군대가 함경도로 북상하자 국경인은 반란을 일으켜 피란해 온 선조임금의 왕자 임해군과 순화군, 그리고 그들을 호종한 대신, 관료들을 가토 기요마사군에게 넘겨줬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왜인이 되어 민족과 조국을 배신하였던 당대이완용과 같은 매국노 취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토왜(土倭)는 이 땅에 토착화된 토착왜를 뜻한다. 순왜가 생존목적, 사익추구를 목표로 후천적인 매국의 길을 걸었다면 이 토왜는 조선사람이면서도 전혀 조선사람답지 않고 일본인의 문화와 풍습에 젖어 사고의 체계가 일본인과 다름없는 선천적 원인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부류다. 흔히 친일매국노의 자손들이 대부분 토왜의 길을 걸었으며, 현재도 일본의 행위를 미화하거나 찬양하며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조례 심사를 유보했다가 많은 시민의 반발로 재논의 끝에 가까스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경비보조 등 핵심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시의회 문화복지위는 심사과정에서 조례안 7조 2항 ‘대구시장은 개인·법인이나 단체가 위안부 피해자 관련 사업을 수행할 경우 사업경비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는 항목을 삭제했다. 서울, 경남을 비롯한 타 지역 조례안에는 경비보조를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구만 이 항목이 빠져 있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지원 조례안 유보사태 후 반발이 일어나자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하나마나한 조례안 통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 진보든 보수든 그 근본이 토왜인지, 대한민국 사람인지 의심되는 정치인이 있다. 토왜가 아니라면 역사의식의 빈곤함과 부재가 그 이유일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시민, 국민의 뜻을 받든 선출직 공직자가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의 피해자 가슴에 못질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엄중히 그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현재 생존 중인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병굛징용 피해자는 모두 고령이다. 인생에 통한의 슬픔과 상처를 남겼음에도 아직 국민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당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와 조부모를 부조(父祖)라고 한다. 부조가 고통받았던 역사의 아픔을 씻고 후세에 다시는 부조의 고난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역사바로세우기의 근본이다. 눈치 보기 끝에 핵심내용을 빠트린 이번 ‘위안부 피해자 지원 조례’ 통과에 유감을 표한다.

류 돈 하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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