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노동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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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9   |  발행일 2018-11-29 제29면   |  수정 2018-11-29
[기고] 건설노동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필자는 지난달 29일부터 8주 일정으로 대구직업전문학교에서 타일 시공 기술을 배우고 있다. 아파트나 주택, 인테리어 등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흔히 건설 일용 노동자라고 통칭되지만 세부 분야마다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동시대인의 삶과 정치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기회라고 여겨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다. 나중에 이 일로 직업을 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내심 없지 않았다.

교육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물론 전문 기술자가 보기에는 아직 터무니없는 수준이긴 하겠지만. 확실히 세상에 쉬운 게 없다. 어떤 일이든 1만 시간은 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저절로 떠오른다. 1만 시간은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로 꾸준히 일한다면 5년은 해야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토목과 건축의 여러 세부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인정받는 분들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교육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 세상에 놀라게 됐다. 타일반 정원은 35명인데, 수강생 가운데 특히 청년들이 많다. 청년들이 건설 노동자를 기피한다고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청년들의 향학열로 아주 뜨겁다. 청년들은 타일 기술자의 대우나 미래 전망이 밝다고 느끼기에 이 직종으로 몰린다. 현장에서는 하급 기술자를 조공, 중간 기술자를 준기공, 상위 기술자를 기공이라고 부르는데, 준기공은 일당 17만~20만원, 기공은 25만원 이상 받는다고 한다. 요즘은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고 일당도 높은 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가 불가능하기에 계속 필요한 기술 인력이 바로 타일 시공 일이다. 타일 교육을 하는 강사는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은 모두 예술품”이라고 가끔 말한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요즘 내수 경기가 저조하고 일자리가 없어 걱정이 많지만 타일 일은 다른 직종에 비해 일거리가 꾸준하게 있다고 한다. 우리 타일반에서 같이 배우는 50대 후반인 한 수강생은 조공인데, 교육 중에도 기공이 부탁하면 가끔씩 현장 일을 나가고 있다. 이 수강생은 교육받은 지 보름 만에 일당이 15만원에서 17만원으로 뛰었고, 교육이 끝나면 20만원 받기로 했다면서 기뻐하고 있다. 타일 시공 기술자들은 호주·캐나다 등 선진국 이민도 쉽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타일과 용접 기능사들이 호주로 이민 가면 현지에서 고소득을 받을 수 있는데 가려는 사람이 적어 인력 공급이 충분하게 안 된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 타일 기술자들의 구직 경로가 후진적이라는 점이다. 최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건설근로자 종합 생활 실태에 따르면 현장 근로자들의 구직 경로는 ‘팀장·반장·기능공 등 인맥을 통한다’는 응답이 85.6%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유료 직업소개소(9.7%), 새벽 인력시장(2.4%), 무료 직업소개소(0.2%) 순이었다. 최상위 기술자 중심의 수직적 위계질서에 따라서만 현장 인력이 공급되면 아무런 인맥도 없는 청년들은 일자리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건설업체로서도 더 수준 높은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서 더 높은 생산성을 올릴 기회를 놓치고 있다.

중앙정부나 공공기관 주도로 ‘건설노동자 인력수급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이 문제를 해결하면 어떨까. 건설노동자의 전문 분야별로 등급제를 도입하고, 어떤 건설 현장에 어떤 등급의 인력이 얼마만큼 필요한지 알게 하고, 노동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찾아 지원도 할 수 있게 하자. 현재 모든 세대에 걸쳐 보급된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건설노동자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청년 일자리 창출이 더욱 활성화되고 적정임금이 보장될 것이다. 건설노동자의 직업 만족도가 높아지고 건설 원가는 절감되며 하자율도 낮아질 것이다. 이것이 권위주의, 부조리와 부정부패가 아직도 잔존해 있는 전근대적인 건설 현장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헌태 (더불어민주당 대구북구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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