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일본을 가다 ① -고등교육정책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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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9   |  발행일 2018-11-29 제8면   |  수정 2018-12-24
인문계열엔 프로그래밍 가르치고…이공계도 인문·사회과목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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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사이 지방 4대 사립대 가운데 하나인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의 오사카 이바라키 캠퍼스(OIC) A동 전경. 2015년 완공된 새 건물인데다 깔끔하게 지어져 호평을 받고 있다.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편의시설을 갖췄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세계는 지금 격변기에 있다. 모든 곳에서 세계화는 가속되고, 정보통신과 교통분야에서의 기술혁신은 생활권을 지구촌으로 넓히고 있다. 국가 간 상호 영향과 의존도는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빈곤이나 분쟁, 감염증이나 환경문제, 에너지 절약 문제 등은 전지구적인 과제가 됐다. 여기에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밀려오면서 인류는 전혀 낯선 환경에 직면해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65%는 대학 졸업 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앞으로 10~20년 사이 47% 정도의 일자리가 자동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주 15시간 근무가 보편화한다고 한다. 산업혁명 후 지속돼 온 인류 삶의 패턴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다.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미래에 대한 예측을 종합해 보면 세상의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래 직업은 불투명하며, 생활환경 변화는 예측도 쉽지 않을 정도로 변화 폭이 크다. 지금과 같은 교육은 더 이상 지식발전도, 인재육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생존 차원에서 대대적인 교육혁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학혁신에 국가자원 배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21학년도부터 대학입시 지원자 수 급감으로 미달사태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고3 학생이 약 57만명이지만 내년엔 52만명, 2020년 45만명으로 급감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대학이 가장 많이 밀집돼 있는 대구·경산권 대학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차별화·특성화 정책을 펴고 있다. 영남일보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에 나서는 각국의 대학현장을 찾아가 본다. 그 첫 편으로 일본의 대학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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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메이칸대학의 지역사회 협력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책자. 이 대학은 유학생을 적극 받아들여 한국인이나 중국인뿐 아니라 유럽·이슬람 국가까지 다양한 나라의 유학생이 다니고 있다.

◆온갖 난관에 직면

일본 인구는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2030년까지 20~30대 젊은 세대가 약 20%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OECD는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 생산연령인구 비율이 가맹국 중 최하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75세 이상이 다수를 차지해 ‘간병’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반면 초·중·고 학생 수는 모두 최근 감소세다. 2017년 조사에서 고등교육기관(대학) 진학 연령인 18세 인구는 현재 약 120만명에서 2032년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밑도는 약 98만명이 되고, 2040년에는 약 88만명으로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인구이동 면에서는 도쿄 일극(一極) 집중 추세가 가속화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도쿄권에 살고 있다. 반면 인구감소와 대도시 이주로 인해 지방공공단체의 소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2030년쯤에는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을 비롯한 기술혁신이 한층 진전돼 사회나 생활을 크게 바꿔 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국민이 바뀐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뒤처진 4차 산업혁명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소사이어티 5.0

일본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비전을 제시한 것이 소사이어티(Society) 5.0이다. 일본은 2016년 수립된 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소사이어티 5.0을 발표했다. 인구감소, 초고령화사회,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삶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종합계획을 담았다.

소사이어티 5.0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인간의 강점인 현실세계를 이해하고 의미있게 만들 수 있는 감성·윤리관 △대립적인 견해를 조정하는 능력 △책임감 등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학교 수업은 독해력 등 기반적인 학력을 확실히 습득시키면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개성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과학적 사고, 통찰력, 호기심, 탐구력을 갖춰 새로운 사회를 견인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해답 없는 문제에 대한 분석 및 대처능력을 향상시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4차산업혁명 대비
종합 비전 소사이어티 5.0 발표
문·이과 융합교육 등 실현나서

대학 법인화·정원감축 등 유도
학령인구 감소 대비도 준비 중

문부성 종합교육정책국 신설
교육정책 전반 횡적으로 추진



일본 일반대(4년제)는 인문계 50%, 이공계 20%(12만명), 보건계 10%, 교육·예술계 20%를 점유하고 있다. 이공계 비중이 독일(40%), 핀란드·한국(약 30%) 등보다 훨씬 낮다. 이에 따라 △‘공정하고 개별적으로 최적화한 배움’을 실현하는 다양한 학습의 기회와 장소 제공 △기초적 독해력, 수학적 사고력 등 기반적인 학력이나 정보활용 능력의 모든 학생 습득 △문·이과 융합 또는 통합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 능력이나 적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최적화한 배움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어휘의 이해, 문장의 구조적인 파악, 읽기, 계산력이나 수학적인 사고력 등 기반 학력 신장을 위해 학습지도방법을 개선한다. 나아가 인문계 학생이 확률·통계와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이과 학생은 인문·사회분야를 필수과목으로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더불어 AI 전문 인재의 육성,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의 확대·강화, 글로벌교육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육 개혁

일본의 교육개혁은 3차 기본교육진흥기본계획(2018~22년)에 다 담겨 있다. 지난 10년간 국립대 법인화와 사립대 정원감축 및 학과개편을 유도해 온 문부과학성은 이번 3차 교육진흥기본계획 기간 중에는 △대학의 국제경쟁력 확보 △지방대의 지역밀착 강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다양한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우선 국립대는 비용/편익을 계산해서 확실한 결과를 내는 방향으로 특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 모델로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대부분의 지방 국립대는 지역밀착을 강화해 지역문제 해결의 혁신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침체를 겪고 있는 지방의 상황을 감안해 대학이 학생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재교육, 사회교육 기능을 담당하게 하려는 취지다. 또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 지역에 취업시켜 산업생산력을 높이고 정주인구도 늘어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에 필요한 인력 공급을 위해 학과 개편을 유도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선 국립대-국립대, 국립대-사립대, 사립대-사립대 협력 및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

둘째는 공업대·예술대 등 특성화 대학은 광역권 또는 전국적 경쟁력을 갖도록 업그레이드한다. 특성화도 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차별화한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경쟁대학과 유사한 대학이 아닌 유일한 대학, 독특한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책을 펴고 있다.

마지막 모델은 최일류 우수대학 육성이다. 이들 대학은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문부과학성에서 중점 지원한다. 도쿄대·도쿄공업대·가쿠인대·교토대 등 5개 국립대는 중점지원 대학으로 지정됐다. 문부과학성은 이와 함께 도쿄대·교토대·오사카대·와세다대 등 일본 13개 대학을 세계대학 랭킹 100위권 내로 진입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또 가나자와대를 비롯한 국립 10곳, 공립 2곳, 사립 10곳 등 모두 24개 대학을 글로벌화 견인형 학교로 지정했다.

◆종합교육정책국

지난달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육 분야 최대 국(局)으로 종합교육정책국을 신설했다. 인생 100년 시대, 슈퍼 스마트 사회(Society 5.0), 세계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직면하게 될 교육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국의 명칭에서 보듯 학교교육·사회교육을 통한 교육정책 전반을 종합적·횡적으로 추진한다. 종합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평가·개선한다. 종합교육정책국에는 정책과, 교육개혁·국제과, 조사기획과, 교육인재정책과, 평생학습추진과, 지역학습추진과, 남녀공동참가공생학습사회학습·안전과를 두고 있다.

특히 사회교육진흥총괄관을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일본은 그동안 사회가 시스템적이고 안전한 탓에 평생교육 수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고 지금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평생학습사회 실현을 위한 사회교육 진흥에 적극 나선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 지방 유지를 위한 지역사회 교육, 나만이 아닌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교육 등을 위해서다. 종합교육정책국은 물론 문화청, 스포츠에이전시, 학교교육 담당부서 등과의 업무연계를 위해 사회교육진흥총괄관을 배치한 것이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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